회사원 진성훈(35) 씨는 은행 창구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주로 이용한다. 일과 중에는 은행에 들를 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 후 돈을 찾을 때마다 600원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 불만이다. 오후 5시만 넘으면 거래 은행의 ATM을 이용해도 현금인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처럼 원가와 상관없이 불합리하게 부과되고 있는 은행 수수료가 폐지되거나 인하된다.
최근 은행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해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과 협의해 이 같은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영업시간 후 ATM 현금인출 수수료(500∼600원)를 부과하는 시점을 현행 오후 5시에서 1∼3시간 늦추기로 했다. ATM을 이용하는 시간이 주로 직장인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별도 수수료 없이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시간이 오후 6∼8시까지로 연장될 전망이다.
금감원 김중회(金重會) 부원장은 “우선 수수료 부과시점을 늦춘 뒤 장기적으로는 이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ATM을 이용해 다른 은행에 송금할 때 내야하는 수수료(600∼1500원)도 줄어든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의 ATM으로 현금을 인출할 때 내는 수수료가 700∼1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타행 송금 수수료도 그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견해다.
다른 지역에 있는 다른 은행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에 대한 추심수수료(800∼7000원)는 폐지할 방침이다.
지금도 각 은행이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은행의 자기앞수표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만큼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을 위해 은행들이 외부 전문가에 맡겨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마련하고 원가계산 시스템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영업점에는 은행별 수수료를 비교한 내용을 비치하고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번 조치로 은행 고객들의 수수료 부담이 연간 200억∼5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김 부원장은 “은행권 총이익에서 고객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선에 불과해 일부 수수료를 낮추거나 폐지해도 은행 수지에 영향이 크지 않다”며 “이번 방침에 따라 각 은행이 수수료 낮추기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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