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지송 사장,‘情경영’으로 위기의 파고 넘다

  • 입력 2005년 3월 13일 17시 02분


17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재임기간 2년 연속 연간 7조 원대의 신규공사를 수주하고 흑자경영 기반을 확고히 하는 등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일궈냈다. 그렇지만 이 사장은 “현대건설의 옛 명성을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7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재임기간 2년 연속 연간 7조 원대의 신규공사를 수주하고 흑자경영 기반을 확고히 하는 등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일궈냈다. 그렇지만 이 사장은 “현대건설의 옛 명성을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대강당에서는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71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현대건설 신입사원 96명의 입사식 겸 축하연이 진행되면서 어버이날에나 있음직한 행사가 진행됐다.

신입사원들은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다. 신입사원 대표 이정희(28·여) 씨가 “1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아버지께서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자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며 기뻐하시고 박수를 쳐주실 것입니다”라는 편지를 읽어가는 동안에는 울음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부모들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이지송(李之松·66) 사장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직장은 단순히 일하고 돈 받아 가는 곳이 아니라 ‘생활의 터전’”이라는 인식을 신입사원에게 심어주기 위해 이 사장이 직접 기획했다.

이 사장은 1965년 건설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76년 현대건설로 옮긴 뒤 부사장까지 지내고 1999년 10월 은퇴했다.

2003년 3월 공모를 통해 이 사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건설에는 요즘처럼 경쟁만 생각하는 풍토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행사가 종종 열린다. 신년 초 첫 출근길 직원들에게 떡 돌리기, 대형 공사 수주하면 떡 나눠주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덕목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는 ‘성실’과 ‘자기희생’이라는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천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여준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대형공사 수주를 위해 발주처를 직접 찾아다닌다.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로 제때 식사를 못하고 라면으로 때우는 일도 적잖다. 잠든 아내를 깨우기 미안해 직접 라면을 끓여 먹는 날도 있다.

이런 이 사장의 헌신과 노력은 회사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2000년 정씨 일가의 경영권 다툼 이후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경영난에 빠지면서 패배의식에 사로 잡혔던 직원들의 눈빛이 요즘 살아나고 있다”고 직원들 스스로 평가할 정도다.

현대건설이 최근 2년간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이 사장이 취임한 첫 해 7조1009억 원의 공사를 신규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조2371억 원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건설업계에서 최근 2년간 7조 원대 공사를 수주한 곳은 현대건설뿐이다. 재무구조도 좋아졌다. 2002년 말 192억 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는 1714억 원으로 늘어났다. 1947년 현대건설이 세워진 이래 최대다. 한때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던 회사채 신용등급도 ‘BBB+’로 상승해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주가는 2년 동안 배가량 뛴 1만9500원(11일 종가 기준)으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이 사장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곳, 한국 건설산업을 대표하던 현대건설의 옛 명성을 찾기까지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돈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오정(45세 정년)’ 시대를 무색케 하는 이 회장의 노익장이 신선하기만 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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