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줬다 세금 2억 낼뻔…위장사업자가 폐업후 도주

  • 입력 2005년 3월 13일 17시 26분


일용 근로자로 어렵게 생활하던 A 씨는 최근 국세청에서 2억여 원의 부가가치세를 내라는 통지서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A 씨가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것은 2002년 우연히 알게 된 B 씨에게 이름을 빌려 줬기(명의 대여) 때문. B 씨는 A 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위장 사업장을 차렸다.

B 씨는 실제 매출은 없이 신용카드 매출전표만 발급하고, 이를 다른 영업점에 파는 일명 ‘카드깡’으로 거액을 챙겨 잠적했다. 2002∼2003년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폐업한 것.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증의 명의자인 A 씨에게 부가세 2억700만 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A 씨는 명의를 도용당했다며 국세심판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세심판원은 13일 “생활보호대상자인 A 씨는 B 씨가 사업하는 동안 생산직으로 근무했고, B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사술(邪術)에 속아 명의를 빌려 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세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국세심판원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이 실제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할 때만 드물게 구제를 받는다”며 “명의를 빌려 주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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