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에 승리한 최태원회장 “SK에 다걸기…회사가치 키울것”

  • 입력 2005년 3월 13일 17시 26분


“나는 SK에 ‘올인(다걸기)’ 한 사람이다. 앞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1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버린자산운용의 공세를 막고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한 최태원(崔泰源·사진) SK㈜ 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이사 회장에 재선임됨에 따라 힘이 실린 그는 SK㈜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체의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중심 경영 가속화할 듯=최 회장은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받았으니까 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최 회장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장 한 사람이 아닌 집단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그룹이 움직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 이사회가 새로 만든 감사위원회와 전략위원회 인사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6개 전문위원회를 다른 계열사에도 확산시켜 그룹 전체를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로 만들 계획이다.

계열사가 그룹이나 총수의 방침에 휘둘리지 않고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도록 한다는 것.

SK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SK㈜ 주총 때 사외이사 비율을 50%에서 70%로 늘린 데 이어 11일 주총에선 SK텔레콤, SKC, SK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의 사외이사 비율을 기존의 28.6∼50%에서 50∼63.6%로 늘렸다.

▽해외사업 강화 움직임=최 회장은 단기적인 업적에 얽매이지 않고 3년 후 회사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계열사마다 3년 뒤 회사가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는 ‘to-be 모델’을 설정해 놓고 강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1997년 말 매출액 27조 원에서 지난해 55조 원, 순이익(세전)은 2000억 원에서 5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97년 말 450%에서 지난해 150%로 뚝 떨어졌다.

이런 건실해진 재무구조는 신규사업과 해외사업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조1000억 원이었던 투자규모를 올해는 시설투자 4조6000억 원, 연구개발비 4000억 원 등 총 5조 원으로 늘려 해외유전 개발, 첨단소재 개발, 정보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SK그룹은 SK㈜와 SK텔레콤, SKC, SK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가 새로 구성됨에 따라 18일 전후로 12개 계열사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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