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유럽을 내 품안에”…高價品으로 ‘진검승부’

  • 입력 2005년 3월 13일 17시 51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전자제품 매장 메디아마르크트. 1층 가전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의 제품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돼 있다. 가격이 1만 유로에 이르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가 고객을 맞이한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디지털 가전제품까지 이젠 저가 제품이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이 무기다. 가장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한판승부가 다가왔다.》

▽왜 유럽인가=휴대전화 업체인 팬택은 13일 유럽지사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유럽지사장으로 내정된 전현수 상무는 지사 설립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톱 플레이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럽은 이동통신의 본고장.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팔린 6억8000만 대의 휴대전화 가운데 4억8500만 대가 유럽통화방식(GSM) 휴대전화다. 70%가 넘는다.

더욱이 올해 유럽에선 3세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허치슨에 이어 보다폰과 T모바일 등 다른 사업자가 가세한다. 세계적으로 5000만 대, 유럽에서만 2200만 대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가전제품 역시 유럽은 떠오르는 시장이다. 유럽연합(EU)이 확대되고 동유럽이 서구화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유럽은 매년 30%씩 성장하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세계최고 제품이 겨루는 시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1위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김종은 LG전자 유럽지역총괄 사장은 환율 문제를 지적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전자업계는 유럽에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왔다=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빗 2005’에선 디지털 가전기기 분야의 세계적 강자인 필립스가 불참한 게 화제다.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내놓을 제품이 없었다는 추측도 있다.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필립스뿐 아니라 그룬디히나 톰슨 같은 유럽 토종기업들이 모두 주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 기업의 부진은 한국 업체엔 기회다. 특히 세계최고 수준의 휴대전화를 선보이며 이미지를 높여온 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은 “휴대전화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지렛대 삼아 디지털 미디어 제품 전체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맞는 전략으로=LG전자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 디자인연구소를 세웠다. 유럽총괄본부 마케팅그룹의 한상욱 부장은 “유럽 현지에서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조직과 업무를 개편했다”며 “디자인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북미는 대형 프로젝션 TV의 비중이 50%에 이르지만 집이 좁은 유럽은 4%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품질 향상이나 원가 절감을 위해 제품을 지역별로 할당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김인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저가형 제품은 이제 졸업했다. 올해부턴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하노버=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올해 유럽에서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른다.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3G 서비스 시작으로 이동통신 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았다. 10∼16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빗(CeBIT) 2005’ 행사는 그 전초전이다.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3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13일 각오를 들어봤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 “WCDMA제품 30개 내놔 시장 주도”▼

이기태(李基泰·사진)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올해 유럽에서는 3세대인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WCDMA)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30개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HSDPA)을 시연해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삼성전자는 3G 휴대전화 시장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내년에는 빨라진 속도를 기반으로 바이오 기술이 접목되거나 내비게이션이 강화되는 등 휴대전화의 기능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 박문화 사장 “허치슨-보다폰등 업체와 제휴강화”▼

박문화(朴文和·사진) LG전자 사장(정보통신사업본부장)은 “올해 3G폰 1000만 대를 포함해 총 7000만 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서울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 공장과 청주의 유럽통화방식(GSM) 단말기 공장을 평택으로 통합 이전했고 중국과 인도 등을 잇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갖췄다.

박 사장은 “지난해 LG전자의 유럽 WCDMA폰 시장점유율은 50%에 이르렀다”며 “올해는 허치슨 보다폰 T모바일 등 유럽의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팬택 이성규 사장 “동유럽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것”▼

이성규(李成揆·사진) 팬택 사장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본사를 설립해 3G 시장과 GSM 시장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현재 3, 4개의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와 구체적으로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라며 “동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지사 설립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럽 지사 설립을 위해 팬택은 최근 2년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시장을 꼼꼼히 분석해 영업 전략을 짰고 지난해 11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물류법인을 설립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럽형 최첨단 고기능 범용이동통신시스템(UMTS) 단말기 3종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하노버=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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