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느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눈을 부라리는 엄마와 주눅이 들어 말이 없는 아이.
지능 검사를 하면 점수가 높은데 성적은 엉망이다. 놀 때는 영특한 것 같은데 책상머리에만 앉으면 아둔해진다.
아이가 공부를 못 하면 엄마들은 속이 상한다. 그래서 남보다 더 과외를 시키려 하고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아는가. 이런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학습 효과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란 것을.
그렇다면 학습 효과를 몇 배 높이는 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머리 좋아지는 약은 잊어라=총명탕은 복신, 석창포, 원지 등 약재를 섞어 만든 한약이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강화한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물론 약재 자체가 소화불량이나 어지럼증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는 있다. 그렇다 해서 이 약이 머리를 좋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효과가 달라 약을 먹은 뒤 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총명탕도 각종 신체증상을 고치는 치료제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려는 부모의 극성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지역 중고교생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됐던 ‘메틸페니데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약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복용 후 당장 머리가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대로 장기 복용하면 뇌세포의 구조가 변하고 중추신경계가 손상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아이 정서를 살펴라=옛 어른들은 아이의 기를 살려줘야 큰 인물이 된다고 했다. 학습 효과 측면에서라면 이 말은 맞다.
실제 학습장애를 의심해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 중 상당수가 학습장애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있다. 정서 문제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와 관련해서는 유독 소심하다. 또 학습량과 상관없이 정서적으로 공부에 질려 있다. 공부 때문에 엄마와 자주 다투면서 더욱 공부로부터 멀어진다.
이럴 때는 “좋아. 일주일간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고 ‘자유’를 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별히 한두 과목만 성적이 좋지 않다면 해당 교사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말을 다 들어주되 끝에는 반드시 교사의 편에 서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령 아이가 “선생님이 싫어서…”라고 이유를 댄다면 “그래도 그 선생님이 차별은 하지 않잖아”라는 식으로 옹호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다.
▽뇌를 이해하라=미취학 아이의 경우 아무리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학습효과가 거의 없다. 오히려 같이 놀면서 스킨십을 더 많이 해 줄 때 아이는 스펀지처럼 지식을 받아들인다. 이 무렵 뇌는 기능별로 분화가 덜 이뤄진 상태. 공부와 놀이를 따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초등학생쯤 되면 뇌 좌우반구의 기능이 뚜렷해진다. 보통 좌반구는 언어구사력, 우반구는 수리능력과 운동, 대인관계 등을 담당한다.
따라서 만약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면 열심히 운동하고 사람들과 잘만 어울려도 우반구의 활동이 활발해져 수학 실력도 함께 좋아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면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뇌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로운 정보를 배웠다 치자. 이 정보는 측두엽, 후두엽에서 단기 기억용으로 처리된다. 이어 변연계의 해마에 저장된다. 그런데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결국 감정이 편안한 상태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더 잘 기억되는 것이다.
장기 기억은 보통 잠잘 때 대뇌 각 부위가 상호작용을 하며 저장된다. 따라서 잠을 잘 자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하게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최소한 8∼9시간은 재우도록 하자.
뇌는 30분 정도 왕성한 활동을 하면 피곤해진다. 그러다 1시간을 넘어서면 신경세포의 기능도 크게 떨어진다. 아이에게 1시간 이상 공부를 시켜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길어도 공부시간은 1시간 이내로 하고 30분 정도는 쉬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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