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강판값 인상’ 비상…내달 10%선 올라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56분


최근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자동차용 강판의 값을 10%가량 올리면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제품 가격 상승까지 겹쳐 채산성이 더 나빠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현대·기아자동차는 연간 2000억 원 이상 생산 원가가 늘어나 수출 등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4월 1일부터 열연강판은 10.2%, 냉연강판은 8.6% 등 모든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열연강판은 t당 54만 원에서 59만5000원으로, 냉연강판은 t당 64만 원에서 69만50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이에 앞서 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비슷한 폭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연간 철강 원자재 구입액은 1조5000억 원 정도. 협력업체에서 쓰는 물량까지 합하면 전체 철강 구입액이 2조∼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현대·기아차는 2000억 원 이상의 원가 부담을 새로 안게 될 것이며 이는 연간 매출의 1% 정도”라며 “지금처럼 환율하락에 따른 압박이 큰 상황에서 원가 증가는 수출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차는 환율하락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을 반영해 1월 중 산타페와 투싼의 미국 수출가격을 각각 100달러 올렸다.

또 현지 판매가도 그랜저XG는 500달러, 쏘나타 200∼500달러, 투스카니 50달러, 싼타페 100∼250달러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철강재 가격 급등으로 다시 가격상승 압력을 받게 된 것.

기아차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현지생산이나 수출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지만 철강재 인상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부품업체들의 원가가 높아지면 납품가격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철강가격의 상승은 완성차 업계에 이중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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