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여 미래를 준비하자]<4>부장급, 리더십 기르기

  • 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53분


한 국내 중견 제약회사는 최근 마케팅 총괄부장을 뽑기로 결정하고 헤드헌팅 회사인 HR코리아(www.hrkorea.co.kr)에 후보 추천을 의뢰했다.

헤드헌팅 회사는 후보자의 업무경험과 성과, 특기, 학력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해 두 명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 첫 번째 후보자인 A(45) 씨는 제약회사 업무에 정통하고 미국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갖고 있으며 이름만 들으면 누구도 알 만한 히트약품의 마케팅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두 번째 후보자인 B(43) 씨는 유통회사 마케팅 분야 출신으로 제약업계로 옮겨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다. 제약회사는 마케팅 업무에서는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최종적으로 B 씨를 선택했다.

A 씨는 개인적 능력은 탁월한데 같은 부서에 있는 부하들의 이직이 심하다는 외부평가를 받았다. 반면 B 씨는 부하직원들로부터 “함께 일하면 배울 점이 많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부하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승부를 갈랐다.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기업의 부장급은 한 부서를 전체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리더십이 아주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부하들 위에서 군림하며 관리하고 명령을 잘 하는 지시형 리더가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솔선수범해서 일을 처리하고 부하들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이끌어내는 리더가 인정받는다. 이렇게 조직구성원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나약하거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과는 다르다.

리더십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원들과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나 동료의 협조를 효과적으로 얻어내야 한다. 부하직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공을 가로채지 않고 그 장점과 능력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HR코리아 최효진 사장은 “과장이나 차장은 개인의 실적으로 인정받지만 부장급 이상이 되면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원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해 내고 부서를 잘 이끌어 성과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판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기업이 부장 또는 팀장급을 외부에서 영입할 때 빠지지 않는 항목이 평판 조회다. 부장급은 임원인 직속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람만 좋아서는 안 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윤모(41) 부장은 ‘사람이 좋다’는 평가를 갖고 있지만 이직에 실패했다. 윤 부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사와 부하 동료 모두 “사람은 좋아요…. 그런데”라는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보자들의 평판을 조회할 때 사람이 좋다는 말로만 시작하는 경우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뚜렷한 성과나 결과를 나타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평가하는 평판은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아는 능력, 결정된 사항을 추진해 나갈 줄 아는 능력이다.

▽다면(多面)평가에 대응하라=온라인 취업포털인 IT잡피아(www.itjobpia.co.kr)가 직장인 1089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 상사와의 마찰 때문에 퇴사 또는 이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자가 78.6%나 됐다.

상사와의 갈등 요인은 △성격차이 34.5% △업무추진의 차이 28.8% △가치관 차이 18.2% 등으로 나타났다.

우수인재 확보 및 육성이 기업의 최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부하들의 불만, 또는 퇴직이유가 되는 상사는 직장수명이 결코 길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마다 다면평가제가 정착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상사 동료 부하 및 내부고객이 평가하는 다면평가제에서 부하직원의 의견은 커다란 영향을 준다.

부장급에게 이 평가결과는 임원으로 승진하느냐, 낙마(落馬) 하느냐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된다. 임원은 특히 구성원들의 신뢰와 승진결과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하직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오르기 어렵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모토로라 육규억부장 ‘나의 리더십 관리’▼

모토로라 육규억(陸槻憶·39·사진) 부장은 회사 후배들 사이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1그룹 3팀장을 맡은 그는 34명의 직원과 함께 휴대전화에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한 만큼 육 부장은 회의 시작 전 유행어나, 출근하며 겪은 일 등을 이야기하며 팀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 1년에 한 번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한다.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나면 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서로를 잘 이해할 때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지요.”

가능하면 직원들보다 먼저 퇴근하지 않는다는 것도 육 부장이 지키는 원칙 중 하나다.

“팀원들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어려운 점이나 문제가 있으면 함께 풀어 나가는 등 ‘동고동락’하려고 합니다.”

하루에 최소 한 번은 직원 개개인에게 ‘이거 어려웠는데 금방 해결했네’와 같이 자연스럽게 칭찬을 한다. 화가 날 때는 일단 밖으로 나가 화를 가라앉힌 다음 해당 직원들을 모아 놓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제 좌우명이 ‘인생은 삼세판’입니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면 질책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지요.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일을 추진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내더라고요.”

팀원에게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엔지니어는 업무의 특성상 리더에게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지를 눈여겨봅니다.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휴대전화 업계의 흐름을 읽어 내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죠.”

전자공학을 전공한 육 부장은 엔지니어로 계속 남을 것인지 순수 관리자로 나아갈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는 “가능한 한 엔지니어와 관리자 역할을 접목해 보고 싶다”며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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