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최근 증시에서는 이런저런 불안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못 미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그 이상일 때가 많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는 증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을 16일 내놓았다.
외국인 순매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주식을 많이 파는 만큼 많이 산다는 사실이며 이는 곧 외국인 사이에서 투자 주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사상 최대=외국인의 순매도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단순히 주식을 팔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3월 들어 15일까지 외국인의 하루 평균 매도액은 무려 7919억 원에 이른다.
이는 증시가 외국인에게 개방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반대로 3월 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도 하루 평균 7138억 원에 이른다. 이 수치 역시 증시 역사상 최대.
팔고 사고를 합해 보면 외국인이 순매도를 하는 것은 맞지만 사실은 파는 규모에 거의 맞먹을 정도로 주식을 사고 있는 것.
▽투자 주체가 바뀌고 있다=증시에서 거래량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는 조지프 그랜빌의 법칙은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적 분석 방법이다.
특히 주가 상승국면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투자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때가 많다.
일부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지만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가 하락을 일정 수준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 및 매수 동반 증가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것. 2003년 상반기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일 때 투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약 2년 만에 1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이들이 차익을 실현할 때가 됐으며 새로운 외국인들이 그 주식을 받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금은 풍부하다=외국인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신호는 한국 관련 펀드의 자금 동향.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뮤추얼펀드는 GEM, 인터내셔널, 아시아엑스저팬, 아시아퍼시픽 펀드 등 4개.
그런데 이들 4개 펀드에 최근 매주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5주 연속 유입됐다. 특히 지난주에는 2000년 10월 이후 최대인 18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들어왔다.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바람에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났지만 예상보다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며 “외국인의 순매도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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