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받는 아시아의 공룡=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6177억 달러로 2003년보다 24.4% 늘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전체의 22.6%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올해 미국의 무역수지는 더 나빠져 1월에만 583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대(對)중국 적자는 152억5500만 달러로 전체의 26.2%.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단연 중국이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환율은 달러당 8.2765위안 안팎에서 사실상 고정돼 요지부동이기 때문.
![]() |
미국은 중국이 환율제도를 바꾸고 위안화 가치를 올려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통상 압력을 강화할 태세다.
▽절상 시기와 폭은=중국이 언제, 어느 정도로 위안화 가치를 높이느냐는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원-달러 환율도 1월 말∼2월 초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 때문에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경이 예상치 못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최근 발언에 비춰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17일 “그동안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미룬 것은 금융시스템 불안정과 국가주석의 리더십 확립 때문”이라며 “이제 어느 정도 해결돼 연내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절상 정도에 대해서는 “달러화 연동 폭을 넓히는 식으로 이뤄지겠지만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도 “중국이 연내 위안화를 절상할 확률이 50%”라며 “달러화 연동 폭을 넓히는 형태로 10% 정도 절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신 연구위원은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위안화와 함께 절상될 수밖에 없겠지만 위안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원화는 작년 10월 이후 15% 가까이 절상돼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金資峯) 연구위원은 “미국 무역적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통화 절상 압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 등에 대한) 상대적 환율 조건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7일 위안화의 미 달러화 연동 폭이 확대돼도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절상을 억제할 것으로 보여 아시아 각국 통화의 동반 절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3국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업종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위안화 절상이 전체적으로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