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 바이러스백신 분야 1위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安哲秀·43) 사장이 돌연 회사를 떠나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다. 이 사실을 발표한 자리는 회사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18일의 기자간담회여서 놀라움이 더 컸다.
그는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다만 회사의 최대주주(38%)로 이사회 의장은 맡는다. 후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철수(金哲洙) 전 부사장이 선임됐다.
▽기업도 영혼을 가져야 한다=그는 ‘대학원생’이 되겠다고 말했다. 공부할 분야는 ‘기술 분야의 기업가 정신(Technology Entre-preneurship)’으로 정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기술(BT)과 기업경영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의 창업을 돕거나, 대학에서 이 분야의 강의를 하겠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썼다. 그 가운데 한 권의 제목은 ‘영혼이 있는 승부’.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갈 때도 ‘영혼’이 빠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공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영혼을 갖기 위해서다.
안 전 사장의 가족은 미국에 있다. 같은 의사 출신인 부인이 2년 전 ‘나도 당신처럼 의사 말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보겠다’며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기러기 아빠’ 신세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새로운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가 걸어온 길=의사 출신인 그는 평소 컴퓨터를 좋아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컴퓨터가 심하게 손상돼 이를 고쳐보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치료’하는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 이것이 인연이 돼 10년 전 회사를 설립했지만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모자란다는 생각에 혼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 목소리도 작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얼굴이 붉어진다. 최고경영자(CEO)는 연구개발 이외에 투자자금 유치,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은 그에게 잘 맞지 않는 분야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백신=안철수’라는 등식이 성립돼 지금까지 사장직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를 오랫동안 봐온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그의 퇴임 소식이 전해지자 18일 회사 주가가 6.4%(1150원)나 떨어진 것은 ‘안철수’의 브랜드 파워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전 사장은 “외국에는 창업자의 성(姓)을 딴 기업은 많지만 경영은 창업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는다”며 “조만간 회사 이름을 ‘안연구소’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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