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였던 중고차 가격은 이달 들어 소형차가 2월에 비해 20만∼50만 원, 대형차는 100만 원 이상 값이 올랐다. 중고차 업체들은 최근 가격 상승의 이유로 “나들이가 많은 봄철이 되면서 수요는 늘었는데 최근까지 경기 위축으로 새 차를 사는 사람은 적어 중고차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이와 함께 중고차 업계는 최근 도입된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A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시행되면서 중고차 업체들이 무상 수리비용을 찻값에 덧붙이거나, 차를 내놓기 전에 꼼꼼하게 점검하고 수리하느라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의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중고차 매매업자가 차량을 판 뒤라도 30일, 또는 2000km를 달리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무상으로 수리해 주어야 한다.
중고차 품질 보증제 시행을 앞두고 건교부도 3만∼4만 원 정도의 가격 인상을 예측한 바 있다. 당시 건교부는 “속아서 차를 사기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안심하고 거래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훨씬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폭은 건교부의 예상을 훨씬 웃돈다.
만약 최근의 중고차 가격 상승의 뒷면에 실제로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제도를 시행하고 관리, 감독하는 정부 당국이나 중고차 매매 업자들은 제도의 취지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제도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에 대한 소비자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소비자가 ‘일률적’으로 이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결국 ‘불신 해소’의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셈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