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각 업체’는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스탠더드텔레콤 와이드텔레콤 등 코스닥에 등록된 중소 휴대전화업체들.
그 가운데 대표주자로 꼽히던 텔슨전자가 21일 최종 파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세원텔레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스탠더드텔레콤은 2003년 부도를 냈다. 와이드텔레콤은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를 겪다가 외국 업체에 넘어갔다. 5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국내 중소 휴대전화 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휴대전화 업계의 부침(浮沈)=1990년대 무선호출기(삐삐)와 팩스 같은 통신기기를 만들던 업체들이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었다. 특히 중국시장은 ‘엘도라도’로 꼽혔다.
김기현 VK 마케팅팀 과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충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가면 유통업체들이 30만∼40만 대씩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세원텔레콤은 2003년 상반기에만 2억1000만 달러를 수출해 100대 중소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좋은 시절은 마냥 오래가지 않았다. 저가 휴대전화 제조 기술은 불과 2, 3년 만에 라디오를 제조하는 것처럼 평범해졌다. 중국 업계의 추적이 시작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2003년부터 TCL 같은 중국 현지 기업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2004년에는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왜 실패했나=표면적인 결정타는 중국 시장에서 참패한 것. 경영에서 ‘위험 관리’는 기본. 그러나 국내 업계는 중국의 큰 바이어 하나에 회사의 운명을 맡길 정도의 도박을 감행했다. 연간 매출액이 수천억 원이더라도 바이어가 공급처를 바꾸는 순간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나타났다.
휴대전화 업체인 이지엠텍의 나재호 과장은 “일부 업체는 중국 의존도가 100%에 이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업계 전체가 수익성 악화와 비용 증가의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렸다. 휴대전화 가격은 갈수록 떨어졌지만 기술과 제품의 혁신 속도는 빨라졌다. 소비자들은 더 복잡한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원했다. 영업이익률은 하락했고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늘어났다.
▽살아남은 자=중소 휴대전화업체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과 맞붙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LG경제연구원 조준일 부연구위원은 “인수합병이나 컨소시엄 등으로 몸집을 키우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은 규모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중국의 현장에 밀착해 신제품을 개발해 온 벨웨이브 같은 회사의 틈새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팬택은 올해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유럽에 지사를 설립했다. 팬택이 과연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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