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공시의 일부를 영어로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용로(尹庸老)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실무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위가 영어 공시 허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외국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금융 허브 구축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들의 한국 증시 상장을 이루려면 200여 항목의 공시 대상을 일일이 한국어로 발표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는 것.
현행 ‘유가증권 발행 공시 규정’에 따르면 공시는 한국어로만 해야 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1990년대 200여 개에 이르던 일본 증시의 외국 기업 수가 20여 개로 줄어든 것은 영어 공시 불허(不許) 등 경직된 제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어 공시를 하면 일반투자자들은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많다. 비(非)영어권 국가 가운데 공시를 영어로 하는 곳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라면 한국어로 공시해야 한다”며 “한국어 공시도 해석이 어려운데 영어로 공시를 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위는 영어 공시와 별도로 기업의 상장 유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회계제도와 공시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