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주주 배당에도 신경을 써 시중은행 경영진은 쉽게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임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논란이 일더니 국민은행 주총에서도 문제가 됐다.
스톡옵션은 일정기간 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경영자는 주가가 많이 오르면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한 푼도 못 건진다.
한 소액주주는 “강정원(姜正元) 행장에게 스톡옵션 70만 주를 부여한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강 행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해 별 성과를 올리지 않은 데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현 주가보다 너무 낮아 막대한 차익을 챙기게 한다는 것.
그러나 강 행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은행업 주가지수 상승률 등을 따져 2007년 11월부터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큰 돈을 버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국민은행 신현갑(申鉉甲) 부행장이 조목조목 설명했다.
“자산건전성의 잣대인 BIS 비율을 높이려면 이익이 줄어들고, 이익이 줄면 ROE가 낮아집니다. 발 벗고 나서 진짜 우량은행을 만들지 않으면 스톡옵션 행사로 ‘떼돈’을 벌 수 없습니다.”
최근 이사회가 황영기(黃永基) 회장 등 임원 49명에게 스톡옵션 163만5000주를 부여한 우리금융은 황 회장의 스톡옵션 포기, 일부 사외이사의 사퇴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주주의 최대 관심사는 주가 상승 여부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은 대체로 주가보다는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을 높여 자신의 ‘몸값’을 극대화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스톡옵션은 이처럼 어긋나는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고 주주들이 경영자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인 셈.
‘변질된’ 스톡옵션은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주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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