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여 미래를 준비하자]<5>부장급 외부인맥 쌓기

  • 입력 2005년 3월 23일 17시 19분


패션 유통 회사 신규사업팀장인 윤경선(尹敬宣) 부장은 유럽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구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품을 취급해 유럽 지역 유명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 윤 부장은 인터넷이나 업계에서 친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찾았지만 ‘입맛’에 맞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영대학원 동기를 만나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

이 동기가 해외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줘 원하던 정보를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은 물론 합작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것.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인맥 관리를 중시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다른 인맥이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인터넷 취업전문업체인 ‘잡링크’가 올해 1월 직장인 1084명을 대상으로 인맥 관리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한 인맥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66.7%(723명)가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삼성그룹은 임직원에게 가족이나 친척, 친구, 선후배 중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 등에 있는 사람을 보고하도록 하는 ‘지인(知人)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임직원 인맥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 목적. 일종의 위기관리 프로그램인 셈.

개인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평소에 위기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외부 인맥을 챙기는 것이 좋다. 특히 기업에서 한 부서를 책임지는 부장급 인사는 ‘임원 승진’과 ‘퇴출’이라는 갈림길에 있는 만큼 인맥 관리가 그 어느 직급보다 중요하다.

경력관리 전문기업 HR코리아 최효진(崔孝鎭) 대표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인맥을 자산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며 “성공의 마지막 순간은 항상 사람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목과 함께 정보도=현대산업개발 홍보실 송철수(宋澈秀) 부장은 대형 건설업체 홍보부장 모임인 ‘한홍회’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드시 참석한다. 그 모임에 가면 주택시장 움직임이나 정부 기관의 발주 동향 등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

그는 “지난해 말 회사 경영진이 사외보를 만들라는 지시를 해와 걱정이 많았지만 이미 사외보를 만들고 있는 다른 회사 홍보부장에게서 각종 기초 자료를 받아 업무를 손쉽게 처리했다”며 “평소에 형성해 놓은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평소에 쌓아놓은 인맥은 친목 도모 외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뤄진 모임은 업계 동향이나 발주 정보 등 고급 정보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팬택계열 IR팀 김주성부장은…한번이라도 만난 사람 꼭 연락▼

“일 때문에 만난 사람도 업무가 끝난 후 계속 연락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팬택 계열 IR팀 김주성(金周星·40·사진) 부장은 폭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부장은 “사회는 일종의 ‘그물코’ 같아서 한 번 만난 사람과는 언제 어디서든 또 만나게 된다”며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대학 졸업 후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했으며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통신 관련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 팬택 계열에 입사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는 늘 상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먼저 받았다.

물론 한 번 몸담았던 직장 사람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직장을 옮길 때는 꼭 동료들에게 제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며 격려해 주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죠.”

그 역시 지인에게 직장을 추천하는 일이 많다.

김 부장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분을 소개해 주려고 하는 편”이라며 “한 번 만난 사람은 연락처와 인상적인 점을 기록해 두고 틈틈이 휴대전화, e메일로 연락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학계, 정계, 시민사회, 기업 등 가깝게 지내는 각 분야의 전문가도 많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과 친분을 쌓으면 그 사람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며 “이분들과 친해지려면 스스로도 그에 맞는 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신문, 잡지 등을 자주 보며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맥 체크리스트▼

1.네트워크를 이어가면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2.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도움 줄 사람을 안다.

3.내가 속한 업계 정보는 언론 보도보다 항상 먼저 안다.

4.업무상 알게 된 사람과 종종 개인적 친분을 쌓는다.

5.점심식사는 외부 사람과 함께할 때가 많다.

6.업무와 관련없는 분야의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7.실력 향상을 위해 교육을 받거나 세미나에 참석한다.

8.다른 사람의 요청이나 문의에 늘 빨리 답변한다.

9.상대가 내 첫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한다.

10.의견이 달라도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듣고 내 의견을 제시한다.

11.명함지갑은 가장 최근의 명함으로 정리돼 있다.

12.인맥 관리를 위한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항목별로 ‘매우 그렇다’(5점), ‘그렇다’(4점), ‘보통이다’(3점), ‘아니다’(2점), ‘전혀 아니다’(1점)로 채점.

▼난 몇점일까▼

▽48점 이상=인맥의 달인.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한 사람을 만나도 대충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정보가 올 가능성이 높다.

▽35∼47점=인맥 1단. 현재 인맥으로는 특별한 곤란을 겪지 않는다. 동료에 비해 교류하는 사람이 많지만 자신만이 가진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모임이 여흥 위주였다면 모임을 스터디그룹이나 정보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22∼34점=인맥 초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단편적으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보다 적극적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목표를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21점 이하=인맹(人盲). 사람들로부터 정보나 중요한 자료를 얻는 일이 거의 없다.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한 무관심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HR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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