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正의혹 휘말린 강동석 건교장관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24분


강동석(姜東錫·사진) 건설교통부 장관이 처제와 학교 동창의 인천국제공항 주변 토지 매입 및 큰아들(37)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입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며 모든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5일부터 장기 휴가 중인 강 장관은 휴가가 이런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누적된 피로와 감기 몸살로 쉬고 있는 것”이라며 “28일부터 정상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 매입에 정보누출 의혹=강 장관의 처제 이모 씨와 고교 동창 황모 씨는 1999년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위치한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해수욕장 남쪽 일대 토지 1118평과 680평을 각각 사들였다.

당시는 강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때여서 두 사람의 토지 매입 과정에 그가 직위를 이용해 얻은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들이 산 땅은 공항 배후시설로 건설될 용유·무의 관광단지 예정지(97만 평) 경계선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강제 수용될 예정지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 땅이라는 것.

이들 토지는 당시 평당 30만∼40만 원 선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80만∼100만 원 선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처제의 토지 매입은 계약 후에 알았고, 친구 황 씨의 토지 매입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강 장관은 “이번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된 것이며 사정기관에서도 점검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며 정보 제공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아들 인사 청탁 의혹=강 장관은 큰아들이 지난해 1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교육의료팀장으로 취직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채용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강 장관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에게 청탁했고, 이 간부가 면접에 들어갈 직원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강 장관 아들은 2년 계약직으로 외국계 병원과 학교 유치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최근 부패방지위원회에도 신고가 들어왔고, 부방위는 이를 다시 감사원에 넘겼다.

부방위 관계자는 “2003년 11월 교육의료팀장을 공모했을 때 강 장관의 아들이 단독 지원했다가 경력 미비로 탈락했는데 2개월 뒤인 2004년 1월 다른 지원자들을 제치고 최종 합격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구심이 들어 감사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신고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는 부방위 조사에서 “강 장관의 아들이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고 면접관에게 ‘강 장관의 아들이 채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채용되면 업무상 도움이 될 것 같아 얘기를 했을 뿐이며 압력이나 청탁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부방위는 밝혔다.

감사원은 “부방위에서 통보한 사건은 60일 이내 조사해 재통보하도록 돼 있다”며 “조만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필요에 따라 감사요원을 강 장관에 보내 면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건교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에 대해 27일 “채용은 정당한 절차로 이뤄졌으며 강 장관은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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