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가지 요인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으면서 부닥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한국은 일찍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일보다 떨어진 제조업 고용 비중=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독일 일본과 비슷하다. 그러나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만 놓고 보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이들 국가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독일은 1978년, 일본은 1981년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고 2만 달러는 일본이 1987년, 독일이 1990년에 넘어섰다. 이 기간에 독일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31.6%에서 28.4%로 줄었고 일본은 23.3%에서 22.9%로 줄었다. 일본은 0.4%포인트, 독일은 3.2%포인트가 감소한 것.
한국은 1995년 1만 달러를 넘어설 때 제조업 고용 비중이 23.5%였으나 2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전에 19.0%로 떨어졌다. 이런 고용 비중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는 독일보다도 낮은 것이다.
▽중국의 추격 효과=한국의 산업구조 및 고용구조 변화를 연구해 온 동국대 경제학과 김종일(金鍾一) 교수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본격화하면서 신발 섬유 등 경공업 분야가 너무 빨리 사양화됐고 많은 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제조업 인력이 대거 방출됐다”고 설명했다.
IT에 특화된 한국의 산업구조도 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독일이나 일본은 부품 소재, 기계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 분야에 아직도 많은 인력이 고용돼 있다.
그러나 IT분야는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신규 채용 수요가 있는 중화학공업 분야의 기업들은 노조의 경직된 자세 때문에 신규 채용을 꺼린다.
▽제조업 비중 하락이 가져온 양극화=한국개발연구원(KDI) 서중해(徐重海)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고용 비중 하락은 단기간에는 양극화 문제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양 업종의 기업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방출된 인력이 다른 제조업체로 진출하지 못해 실업자가 늘고 일부는 저부가가치의 서비스 업종으로 옮겨가면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에서 방출된 인력이 대거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자영업 대란(大亂)을 불러왔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34.9%)은 독일(11.1%), 영국(11.7%), 스웨덴(9.8%), 일본(16.3%), 미국(7.2%)에 비해 2∼5배 높다.
서 연구위원은 “서비스 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한국처럼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 온 나라는 새로운 기업이 활발하게 생겨야 한다”며 “벤처기업이 많이 등장하고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경제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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