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로 증시 출렁…대형주 거래땐 先物도 살피세요

  • 입력 2005년 3월 30일 17시 31분


《최근 주가지수선물시장의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속물’ 격인 파생상품시장이 ‘본체’ 격인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고 표현된다. 요즘처럼 증시를 이끌 결정적인 재료가 부족할 때 ‘꼬리’인 선물시장의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꼬리’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선물시장에 흔들리는 증시=주가지수선물과 옵션, 개별주식옵션 등 3개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쳤던 10일. 오후 2시 50분까지 큰 변동이 없던 종합주가지수가 장 마감 10분을 앞두고 10포인트 이상 떨어져 1,000 선이 무너졌다.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에 있던 외국인들이 지수 관련 대형주를 장 마감 직전에 대거 팔아치워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선물에서 매도 포지션에 있다는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진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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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떨어져야 선물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지수 관련 대형주를 일제히 팔아치워 인위적으로 지수를 떨어뜨렸다는 분석.

28, 29일에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라고 불리는 지수 관련 대형주 거래에 따라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한 것.

이론은 복잡하지만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선물과 현물의 지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지수 관련 대형주를 샀다 팔았다 하는 매매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기업의 실적 등 증시에 미치는 요소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선물시장의 등락에 따라 주식을 매매해 이익을 챙기는 기법이다.

28일에는 기관들이 이런 이유로 주식을 대거 사들여 지수가 12.4포인트 올랐다. 29일에는 반대로 2000억 원 이상의 선물시장 관련 매물이 쏟아져 지수가 18.74포인트나 하락했다.

▽주의해야 할 점=개인투자자라면 이런 복잡한 매매기법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관이나 외국인의 이런 매매가 실제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아야 한다.

우선 선물시장과 관련된 기관투자가의 매매 대상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지수 관련 30여 개 대형주이다. 코스닥시장 등록 종목은 하나도 없다. 거래소시장 상장 종목 중에서도 중소형주들은 관련이 없다.

따라서 대형주 거래 때만 선물시장의 동향을 살피면 된다.

대형주에 투자할 때에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을 파악해야 한다. 이 잔액은 기관들이 선물시장과 관련해 지수 관련 대형주를 얼마나 사들였는지 알려주는 지표.

주의할 점은 이 잔액이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선물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 들인 주식의 금액이라는 점. 이는 마찬가지로 증시 상황과 무관하게 언젠가는 반드시 매물로 나온다는 뜻이다.

현재 이 잔액이 8000억 원가량이나 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한다. 이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은 언젠가 반드시 매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대형주를 매수할 때에는 이런 부담까지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프로그램 매매:

여러 종목을 동시에 매매하는 방식.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아 매매한다는 뜻에서 ‘바스켓 매매’라고도 한다. 기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매할 종목들을 선택해 바스켓을 구성하는데 대개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바스켓에 포함된다. 종목이 결정되면 미리 입력해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동시에 관련 종목을 사고팔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가운데 주가지수선물시장과 관련한 프로그램 매매를 ‘차익거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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