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종료화면-홈피 등 눈길잡기 경쟁

  • 입력 2005년 3월 30일 17시 40분


“여러분, 고기나 야채를 볶을 때 기름이 튀죠. 이거 아주 위험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소금을 뿌리고 고기를 구우면 기름이 적게 튑니다.”

SBS 월화드라마 ‘불량주부’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막이 방송되는 동안 노란 앞치마를 두른 주인공 ‘구수한’(손창민)이 등장해 코믹한 동작으로 각종 생활정보를 전해주기 때문이다○1.

TV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료 화면, 드라마 홈페이지 등 드라마 외적인 부분에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자막 방송도 놓치지 마세요

예고편이나 그날 방영분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함께 방영되던 자막 방송도 최근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불량주부’는 ‘불낙전골’(불량주부 보는 낙으로 사는 전국의 골수팬)이라는 드라마 애칭을 지어 준 누리꾼(네티즌)의 이름을 제작진 이름과 함께 자막 방송에 포함시켜 ‘함께 만들어 가는 드라마’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화제가 됐다.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은 한술 더 떠서 누리꾼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배경화면 중 2장을 선정해 시작장면의 배경화면으로 활용한다. 대학생 한희원(21·여) 씨는 “내가 만든 화면이 언젠가 방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쾌걸춘향○2’은 조선시대 춘향전을 패러디한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마무리 화면으로 사용해 본편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다.

○홈피가 더 재밌다?

각 드라마의 개성을 살린 홈페이지도 시청자와 네티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넘쳐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의 컨셉트를 살린 독특한 홈페이지 메뉴들.

‘불량주부○3’는 ‘주부’의 일상에 빗대 각 코너에 ‘반상회 가기’(시청자 의견), ‘외식하는 날’(이벤트, 에피소드 공모), ‘동사무소 가기’(기획 의도) 등의 이름을 붙였다. KBS1 ‘불멸의 이순신’과 KBS2 ‘해신’은 사극의 분위기에 맞게 ‘전란도’(갤러리) ‘해신 정벌기’(제작과정) 등 게임 홈페이지를 방불케 하는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했다.

게시판 역시 시청 소감을 남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제작 참여, 토론, 회원 등급매기기 등 새로운 재미를 주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KBS2 미니시리즈 ‘열여덟 스물아홉○4’은 10대의 추억을 되살려 연기자들에게 응원 쪽지를 보내는 ‘마니또’ 코너를 마련해 8일 동안 4만1281통의 쪽지를 받는 등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SBS ‘그린로즈’는 베스트 시청 소감으로 선정된 글의 주인공을 ‘로즈 퀸’으로 선정해 특별한 아이콘을 달아주는 ‘로맨틱 로즈 어워드’ 이벤트를 마련했다. ‘불량주부’는 참여도에 따라 김치 돼지고기 등 김치찌개 재료 모양의 아이템을 지급하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회원을 ‘김치찌개 요리왕’으로 선정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드라마 주제와 관련한 시청자의 경험을 나누는 코너도 인기다.

주인공들처럼 하룻밤의 사고(?)로 너무 일찍 임신했던 경험을 가족사진과 함께 올리는 MBC ‘원더풀 라이프’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신입사원 시절의 애환을 사원증 사진과 함께 게시판에 올리는 ‘신입사원○5’의 ‘나는야 신입사원’ 코너는 드라마 못지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iMBC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즐길 뿐 아니라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공감하기를 원한다”며 “제작자와 시청자간 교류를 통해 이해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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