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변호사의 ‘집단소송 1호’ 불발 까닭은?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26분


한국 최초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주영(金柱永·법무법인 한누리·사진) 변호사의 소송 제기가 불발됐다.

김 변호사는 30일 “지난주 상장기업인 S사의 주가조작 혐의로 피해를 본 투자자 50여 명을 만나 협의했지만 이들이 집단소송보다는 기존 방식인 개별 소송을 원해 집단소송 1호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르면 4월 중 한국에서 처음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제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한데다 소액주주권리 운동을 주도한 경력이 있어 특히 관심이 집중됐다.

‘집단소송 1호’ 예정작이 불발된 이유는 크게 4가지.

우선 소송 대상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경우 승소를 하더라도 기대했던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

김 변호사가 계획했던 집단소송 대상 기업의 자산은 200억 원 수준이지만 주가 조작 등으로 인한 피해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을 다 팔아도 전체 피해액을 배상하지 못하는 셈.

김 변호사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송이 끝난 뒤 판결문만 손에 쥐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소 제기를 꺼렸다”고 말했다.

원고의 적격성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S사의 주가조작 기간과 피해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시점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다 일부는 작전세력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

법원이 소송 요건을 심리하고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5년 이상 걸린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소송에 지친 원고와 피고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도 많이 든다.

승소 여부가 확실치 않고 배상금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할 만한 투자자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대기업의 경우 승소에 따른 이익이 크지만 법적 대응능력이 탄탄해 소송이 쉽지 않고, 중소기업은 승소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자들이 받을 배상액이 적어 집단소송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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