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특허법원은 ‘이화’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17일 판결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에서도 ‘이화’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화여대 기획처 김유환(金裕煥) 부처장은 “이화라는 이름은 교육 분야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됐다”며 “학교이름이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 사용된다면 법적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동문이라 할지라도 대학의 고유명칭이나 상징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대학의 구조조정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수인재 유치와 수익사업에 학교브랜드를 활용하려는 대학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특화된 학문 분야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 확보도 준비 중이다.
30일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의 상표(서비스표, 등록표장) 등록 건수는 2000년 66건, 2001년 93건, 2002년 93건, 2003년 131건, 2004년 12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개인 병원이나 약국의 간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울대 상징물 사용을 제재하는 한편 상징물을 의장등록해 올가을까지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희대도 올해부터 학교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체육 분야에서 특히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이 대학은 전국에 수백 개에 이르는 ‘경희체육관’, ‘경희태권도장’ 등 ‘경희’라는 이름을 딴 시설물들을 사실상 방치해 왔으나 앞으로 일정한 상표권을 주장할 계획이다. 또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경희의료원’과 유사한 상표나 이름을 사용하는 한방병원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외국어 교육으로 특화된 한국외국어대 역시 학교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데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외대어학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한 외국어학원에 대해 조만간 상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학교상징을 정비하는 데도 신경 쓰고 있다.
서울대는 ‘국립 서울 대학교’의 첫 글자 자음 ‘ㄱ ㅅ ㄷ’을 결합한 학교기호와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란 표어 등 각종 상징물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바꿀 방침이다.
성균관대, 숭실대 등도 올 상반기 안에 그간 혼용해 사용했던 학교상징물 등을 통합 정리하기 위한 UI(University Identity·대학 이미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서울대의 브랜드 관리 책임을 맡은 이 대학 경영학과 이유재(李侑載) 교수는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 이미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글로벌 이미지를 만들려면 브랜드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학교상징 교체 작업 “동문 설득이 가장 어려워”▼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혼란스럽던 학교상징을 정리한 한국외국어대는 당초 계획했던 것만큼의 변화를 주지 못했다. 올해는 스쿨버스를 도색하고 내년에는 직원 유니폼에 새로운 UI를 적용하는 등 새 상징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학교상징물이나 대학 로고를 새로 만들었지만 즉각 적용하지 않는 것은 동문들이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 학교 재정의 주요 원천인 기부금을 내는 동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다.
UI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성균관대는 최종 결정에 앞서 설문 등을 통해 재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동문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교직원과 재학생 수의 몇 배가 넘는 15만 명의 동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했던 것.
UI 작업을 마친 한 대학 관계자는 “동문회를 찾아 설명하는 것은 물론 작업과정에 동문들을 참가시키기도 했다”며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동문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 작업의 성공요소”라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