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목표를 하는 기업의 의사 결정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보잉사는 이에 대해 “우리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훌륭한 기업시민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이에 못지않은 수준이.》
삼성그룹은 지난해에만 4716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2년마다 백서를 발행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2개 회원사는 2002년 사회공헌활동에 모두 1조865억 원(기부금과 직접운영 프로그램 비용을 합한 것)을 지출했다.
기업당 평균 54억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2년 전인 2000년보다 5.5%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상이익이 적자였던 25개 기업이 89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쓴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공헌 활동도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해 오던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부’에서 벗어나 △도시영세민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문화 예술 △학술 교류 △체육 진흥 △환경 △국제교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한양대 주성수 제3섹터 연구소장은 “국내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은 여윳돈이 있으면 하는 자선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일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한국 기업에 강도 높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인 경영기준)를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기 위해선 투명한 회계 시스템과 윤리 경영체제 구축이 필수적인데 전경련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윤리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
하지만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인 팽창에 비해서 질적으로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2004년 전 세계 60개국의 기업 사회공헌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위에 머물렀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9위) 말레이시아(13위) 대만(17위) 일본(24위)보다 뒤처진 순위다.
이는 일부 국내 기업들이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씻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등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경련 윤리경영팀 이소원 조사역은 “과거 일부 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부정을 저질러 처벌을 받으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하는 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며 “이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 특성에 상관없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곳에 투자를 집중하는 ‘유행 좇기식 사회공헌 활동’도 문제다.
소년소녀가장돕기가 대표적인 사례. 삼성그룹 황정은 부장은 “기업이 지원할 대상이 소년소녀가장 뿐만 아니라 결손가정, 결식아동,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가 같이 사는 ‘조손(祖孫)’ 가정 등도 있다”며 “오로지 소년소녀가장에게 집중된 지원은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정무성 교수는 “동일한 예산을 쓰더라도 전문성을 지닌 직원이 집행하면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기업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사회공헌 활성화 투입비용에 대해 기업 순이익의 5% 한도에서 비용으로 처리해 주고 있다. 반면 미국은 10%, 일본은 25%에 이른다.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한동우 교수는 “정부가 정당 기부금은 세액공제까지 해주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선 갖가지 조건과 제약을 붙이고 있다”며 “기업이 정부를 대신해 사회복지활동을 벌이는 만큼 과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대교 송자 회장“기업과 사회는 상생적인 관계”▼
“기업은 이익 창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할 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겠죠.”
‘눈높이 교육’으로 잘 알려진 학습지 업체 ㈜대교의 송자(사진) 회장.
“기업과 사회는 상생적 관계이며 특히 교육 기업인 대교에 사회공헌활동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게 그의 소신.
1991년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뜻으로 대교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교육, 학술, 문화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쳐 오고 있다.
200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1% 클럽’(경상이익의 1%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임)에 가입한 대교는 사회공헌을 위해 2002년 18억8900만 원(당기순이익의 6.9%), 2003년 33억1700만 원(5.4%)을 내놓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LG화학 조갑호 상무“월급 1% 모아 100% 사랑 실천”▼
LG화학 조갑호(사진) 상무는 올해부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생각으로 월급의 1%씩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다른 임원들도 월급의 일부를 적립하고, 직원들은 ‘트윈엔젤’이라는 사회공헌기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트윈엔젤 활동은 매달 2008원을 월급에서 자동이체 방식으로 떼낸다. 1004(천사)의 두 배인 2008원을 낸다고 해서 ‘트윈엔젤’이란 이름이 붙었다.
연말이 되면 회사에선 임직원이 알뜰살뜰 모은 돈과 똑같은 액수를 내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조 상무는 “일자리를 만들고 국부(國富)를 높이는 그 자체가 기업의 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소외받는 이웃에도 기업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SK텔레콤 사회공헌팀 제훈호 부장 “친구-형제처럼 아픔 나눠야죠”▼
“자원봉사에 참가할 때마다 기업이 지역 사회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낍니다.”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는 SK텔레콤 사회공헌팀 제훈호(사진) 부장.
사내 자원봉사에는 SK그룹 계열사 임직원이 참여한다. 올해 SK그룹의 대표적인 자원봉사 활동은 경기 수원에 48가구의 집을 지어 영세민에게 주는 ‘사랑의 집짓기’ 행사다.
사외 자원봉사는 SK그룹 계열사 고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일반인이 팀을 구성해 자원봉사 계획을 짜서 SK그룹에 신청하면 SK그룹이 자원봉사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자들은 사회복지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반적인 봉사에서부터 영세민 가구의 안방을 도배해 주거나 소년소녀 가장과 의형제를 맺는 봉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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