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이들의 연구의지와 기술개발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 연구소는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이 30여 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 서게 만든 산실(産室)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IBM 등의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다.》
한국은 이제 기술 강국인 일본을 뛰어넘어 반도체(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세계 정상을 넘보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직원들의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도체, 시장을 만들어간다=삼성전자는 단지 시장수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컴퓨터(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 반도체 분야에서는 시장의 주력제품이 DDR(Double Data Rate)에서 DDR2로 넘어감에 따라 연말까지 생산비중을 30%에서 50%로 높일 계획이다.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각광받고 있는 시장은 플래시 메모리. 캠코더와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의 디지털 기기들은 갈수록 저장용량이 커져야 한다. 따라서 보다 적은 공간에 보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의 핵심인 낸드(NAND) 플래시의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려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모바일 및 디지털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과거처럼 컴퓨터 경기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장악력의 바탕에는 최고의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 세계 최초로 60나노 공정에서 8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와, D램 부문에서는 80나노 2기가 DDR2 D램을 개발했다.
한때 퇴출위기까지 몰렸던 하이닉스반도체도 기사회생에 성공하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LCD, 확실한 1위를 고수한다=LCD는 디스플레이산업의 강국을 자부했던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선두자리를 빼앗으며 일본은 후발주자로 밀렸다.
양사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TV용 LCD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와 ‘S-LCD’를 합작설립해 3월 말부터 7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40, 46인치 TV용 LCD를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LG필립스LCD는 1년 뒤 7세대 생산라인에서 42, 47인치 LCD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제 LCD를 뛰어넘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용’ 디스플레이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LG전자와 LG필립스LCD는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며 ‘디스플레이 강국’의 신화를 이어갈 채비에 여념이 없다.
▽휴대전화의 신화를 이어간다=외국의 소비자들에게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임을 확인시켜 준 제품은 바로 휴대전화.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로라가 양분했던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가 뛰어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니콜’ 신화를 만들어내며 모토로라와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2002년부터 줄곧 5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작년 4분기(10∼12월) 독일 지멘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한국이 휴대전화 부문에서 급성장한 것은 카메라폰의 위력이 컸다. 단순히 전화통화가 아니라 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나 연인에게 메일로 보낸다는 개념을 생각해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은 이제 카메라폰에 이어 음악을 듣는 MP3폰, TV를 볼 수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등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마쳤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디지털 유목민 정신으로 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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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안정됐을 때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지름길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겸 메모리 사업부 황창규(사진) 사장은 요즘도 디지털 유목민(nomad)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빠른 기동력과 도전정신,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그가 말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이유로 ‘신제품을 조기에 개발, 수익을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정신’을 들었다.
올해의 반도체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1∼3%대의 저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황 사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대시장은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성과에 안주하지 않은 공정 합리화와 원가 절감을 실현해 절대우위의 원가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박기선 LG필립스LCD 사장 “인재 키워 기술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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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용으로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선점해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겠습니다.”
LG필립스LCD 박기선(사진) 사장은 올해의 사업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LG필립스LCD가 생산하는 제품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2000년 세계 최초로 4세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2002년 5월에는 유리 기판 크기가 1m가 넘는 5세대 생산라인을 세계 최초로 가동한 것.
박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 개발 능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을 선도해야만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LCD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TV 시장의 확대 여부에 사업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TV 넘버 원’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 표준화를 선도하고 전략 고객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아직 개척하지 않은 응용 분야에도 진출하겠습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박문화 LG전자 사장 “해외생산 비중 30%로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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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LG전자 MC사업부 박문화(사진) 사장은 한국산 휴대전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휴대전화의 진화가 가장 빠르고, 또 소비자의 요구가 가장 까다로운 시장입니다.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 개발로 세계 시장에서 앞설 수 있었습니다.”
LG전자가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된 데다 디지털 종합 가전업체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 개발에서 시너지 효과도 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LG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미국 프랑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 설립한 연구센터를 통한 현지 연구개발(R&D)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생산 비중을 지난해 20%에서 올해 30%로 높여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특히 북미와 유럽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집중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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