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具本茂) 회장과 GS그룹 허창수(許昌秀) 회장이 분가(分家) 후에도 변함없는 우애를 과시해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은 31일 LG그룹에서 독립하는 GS그룹의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지금까지 쌓아 온 LG와의 긴밀한 유대를 더욱 발전시켜 일등 기업을 향한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시길 희망한다.”
형제끼리 계열 분리를 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상대방 그룹 출범식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전례를 감안하면 축사까지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두 총수의 우애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이날 축사 후 다른 일정 때문에 행사장을 떠나면서 GS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는 그림 한 점을 선물했다. 가로 146cm, 세로 73cm의 비구상화.
지난달 22일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허 회장이 풍경화를 선물한 데 대해 화답한 것이다.
구 회장은 허 회장에게서 받은 풍경화를 LG트윈타워(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관 회장실에 걸어 놨다. 구 회장이 건넨 그림도 GS타워(서울 강남구 역삼동) 23층 허 회장 집무실 앞에 걸렸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남다른 우애를 과시한 것을 두고 LG그룹을 공동으로 창업한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돈독한 우호 관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반세기 가까운 동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별 다른 불화 없이 그룹을 이끌어 온 두 가문의 전통이 두 사람에게 이어졌다는 것.
구 회장과 세 살 아래인 허 회장은 비슷한 연배여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그룹 분리 전에 LG 트윈타워 동관 30층 집무실에서 몇 년간 같이 근무하면서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댄 것도 ‘아름다운 이별’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LG그룹 관계자는 “구씨와 허씨 가문은 3대에 걸쳐 반세기 넘게 인연을 이어 온 만큼 서로 각별하다”며 “앞으로도 양 그룹이나 집안 간 유대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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