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여 미래를 준비하자]<7·끝>임원급, 제2의 인생도전

  • 입력 2005년 4월 6일 16시 54분


기업 임원들의 은퇴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재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임원이 늘고 있다. 사진은 2003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서울 국제 프랜차이즈 창업전’. 동아일보 자료사진
기업 임원들의 은퇴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재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임원이 늘고 있다. 사진은 2003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서울 국제 프랜차이즈 창업전’. 동아일보 자료사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 장상인 전무. 그는 2년 반 전에 대우건설 상무에서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정보기술(IT)업체로 이적하게 된 것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던 대우건설의 회사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워크아웃 상태에서 나이 많은 임원들은 회사에 계속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시 52세였던 저도 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죠.”

대우건설에서 일본 지역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주로 했던 장 전무는 때마침 기획 홍보 담당 임원을 뽑고 있던 팬택앤큐리텔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는 업계 안팎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어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직접 나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 전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특기를 연마하고 꾸준히 인맥 관리를 한 것이 재취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임원의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면서 임원 가운데 40대가 절반이 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는 30대 임원도 등장하고 있다. 뒤집어보면 결국 임원들의 은퇴 시기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

취업전문업체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임원이 되면서부터 물러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은퇴 후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 제2의 인생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길이 있나=임원의 상당수는 은퇴 후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전문업체 오케이닷컴이 40대에 퇴직해 창업을 희망하는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점포형 프랜차이즈 체인점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창업, 아이디어형 서비스나 제조, 벤처를 꼽은 경우는 매우 적었다.

관심업종별로는 1위가 음식점, 2위가 주점업, 3위가 커피숍과 제과점, 4위가 편의점 등이었다.

몸담았던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동종업계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창업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정보 파악이 관건=몸담았던 회사의 은퇴자 모임에 참여하거나 은퇴자협회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경력사항과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지인과 동창들의 연락처 등을 정리해 인맥을 관리하다보면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창업을 원한다면 공신력 있는 사이트를 3, 4군데 정도 방문해 업종별 정보가 잘 갖춰져 있는지, 온라인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는지 등 특징을 확인해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창업 박람회를 후원하는 업체는 일정 수준의 공신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채용전문업체 잡링크 한현숙 대표는 “원하는 업종이 있다면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적어도 3, 4개월가량 일을 직접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변화를 받아들여야=은퇴 후에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 못지않게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적이다. 은퇴 후 집에만 머물다 보면 자신감을 잃고 생활리듬이 깨질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관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내가 ○○기업 임원이었는데…’와 같은 사고방식은 가급적 빨리 잊는 것이 좋다. 대우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외면당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채용전문업체 코리아리크루트㈜ 이정주 대표는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하다보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춰 눈높이를 조정하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창업 준비 십계명▼

1.경력을 충분히 활용하라=아이템 선정부터 사업성을 판단하고 분석한다.

2.현장 실습은 필수=점포를 찾아가 현장 실습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서비스 교육도 받아야=고객에 대한 매너를 철저히 익혀야 한다.

4.여유 자금을 확보한다=최소 6개월∼1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생활비를 남겨둬야 한다.

5.자금 투자와 동업에 신중을 기하라=창업 경험이 없는 비슷한 상황이라면 동업에 신중해야 한다. 6.투자비 회수율이 높은 분야를 선택하라=환금성이 떨어지는 업종이나 투자비가 많이 드는 업종은 피한다.

7.반짝 유행 업종을 조심하라=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명을 가진 업종을 선택한다.

8.체인본사는 신중히 선택하라=투자비 규모, 가맹점 지원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9.체면의식을 버려라=내실보다는 겉보기 화려한 업종을 택하지 않도록 한다.

10.간편한 운영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쉬운 업종은 없다. 보기에 간편해 보이는 업종이 수익성은 나쁠 수 있다.

(자료: 잡링크, 코리아리크루트)

▼화장품제조 코스맥스 이경수 사장 “제약회사 전무자리 박차고 창업”▼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의 이경수(59·사진) 사장은 제약회사 전무에서 자리를 옮겨 1992년 선후배 3명과 함께 사업에 도전했다.

코스맥스는 자체 브랜드 없이 화장품을 연구개발해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당시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에 입사한 이 사장은 다들 기피하던 영업 부서에 지원해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이후 광고회사를 거쳐 또 다른 제약회사에 입사했다.

“유럽, 일본 등에서 화장품은 생산과 판매가 분리된 업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품질 좋은 화장품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사장은 일본 현지의 화장품 회사를 직접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관계자 모임에도 참석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 선후배의 도움이 컸다.

“광고회사 동료들이 ‘코스맥스’라는 회사 이름을 지어주고 지인들이 거래처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알게 된 의사들도 후원자가 돼 줬지요.”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공장 부지로 매입한 곳에 설립 허가가 나지 않아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기술제휴를 했던 일본 기업에서 코스맥스가 연구소장을 영입한 사실 때문에 결별을 선언하는가 하면 외환위기 때는 거래업체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

이 사장은 그때마다 공장 부지를 새로 물색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사업을 접으라는 권유도 여러 차례 받았어요. 하지만 작은 기업 하나 일으켜 세우지 못한 사람을 어느 기업에서 받아주겠습니까. 이 일이 안 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각오로 덤볐습니다.”

현재 코스맥스는 세계적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을 비롯해 존슨앤존슨 코리아나 등 100여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5억 원으로 2003년에 비해 48%나 성장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직장생활을 한 것이 사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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