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법인의 주주총회가 지난달로 마무리되면서 2004년 실적 발표가 끝났다. 다음 주부터는 기업들이 올해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는 이른바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이 시작된다. 포스코(12일)와 삼성전자(15일) 등 대형 기업들이 다음 주부터 차례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분기 실적이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겠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 고유가 등 여러 악재로 증시가 이 시점에서 기댈 곳은 실적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실적 수치에 따라 무작정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 가운데에도 옥석(玉石)이 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실적 분석의 세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전 분기가 아니라 전년 1분기와 비교하라=실적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비교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는 방법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1분기 실적은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야 한다.
대체로 기업들은 4분기(10∼12월)에 손비(損費) 처리를 한다. 어차피 1년 안에 아무 때나 비용으로 처리해도 되는 사안이라면 가급적 늦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기업들의 회계 관행 때문.
또 연말 보너스 지급에 따른 비용 등 4분기에만 특별히 들어가는 ‘계절적 비용’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1분기 실적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좋아지는 기업이 많이 나온다. 이런 착시현상을 막으려면 전년 1분기 실적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단순 증가율은 큰 의미가 없다=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느냐를 수치로만 비교하는 것도 좋지 않다.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크게 좋아졌더라도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으면 소용이 없다.
실제로 기업 분석에 능한 기관투자가들은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뒀다가 실적 발표 당일 매수 주문이 늘어나면 주식을 팔아버린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을 지키는 것.
따라서 실적 분석의 포인트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예상치’를 찾은 뒤 실제 실적이 이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비교해야 한다.
▽추세를 짐작하라=더욱 중요한 것은 그날 발표되는 실적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추세이다.
실적을 단기 투자 재료로 삼아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실적에 관한 정보는 아무래도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가에게 더 빨리 들어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가 계속되는 기업을 선별한 뒤 그 이유를 파악하고,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이어질 것 같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급적 실적 발표를 일찍 하거나 다른 기업과 겹치지 않는 날에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최대한 늦게 일정을 잡거나 다른 기업과 같은 날을 정해 발표하는 기업들 가운데에는 실적에 자신이 없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주요 상장회사 올해 1분기 실적 추정(단위:억 원, %) | ||||
회사 | 영업이익 | 증가율 | 순이익 | 증가율 |
삼성전자 | 24,794 | ―38 | 21,049 | ―33 |
포스코 | 16,515 | 64 | 11,971 | 66 |
한국전력 | 7,172 | 3 | 8,324 | ―21 |
국민은행 | 1,297 | 39 | 155 | ―90 |
SK텔레콤 | 6,729 | ―3 | 4,464 | -1 |
현대자동차 | 3,489 | ―17 | 3,390 | ―27 |
KT | 7,313 | ―3 | 3,848 | 13 |
LG전자 | 3,051 | ―25 | 2,016 | ―66 |
에쓰오일 | 2,561 | 21 | 1,721 | ―11 |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자료: 삼성증권) |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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