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과거’ 벗고 새옷 입는다

  • 입력 2005년 4월 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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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회장님을 위원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삼성그룹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해서 한때 재계로부터 ‘삼경련’으로 불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람과 조직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강신호(姜信浩) 회장 2기 체제를 맞아 전경련 산하 위원회 위원장으로 재계 총수 영입을 추진하는가 하면 주요 임원들을 교체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재계 총수를 전경련 위원장으로’=강 회장은 삼성물산 회장 출신인 현명관(玄明官) 전 부회장을 조건호(趙健鎬) 씨로 교체하면서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긴밀히 협의했다. ‘전경련 하는 일이 삼성에 치우치고 있다’는 다른 그룹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경련은 이를 위해 상근부회장이 사무국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체제를 위원회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사무국 중심으로 일을 하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기업도시위원회, 자원위원회, 자유무역협정(FTA)위원회, 기업지배구조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등 일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재계 총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 회장들에게 이들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회장인 강 회장이 4대 그룹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기 힘들기 때문에 위원회 조직을 통해 주요 그룹을 껴안으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인적 쇄신 의미=전경련은 7일 월례회장단 회의에서 좌승희(左承喜)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노성태(盧成泰·59) 명지대 경영대학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이규황(李圭煌) 전무 자리엔 하동만(河東萬·55)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좌 원장은 1997년부터 8년 동안 한국경제연구원을 이끌면서 시장경제와 규제개혁을 주창해 재계를 잘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경제주의자로서 할 말을 시원하게 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와 대립 각을 너무 세운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경련 관계자는 설명했다.

강 회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을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처럼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무를 바꾼 것도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부회장을 바꾼 만큼 전무도 바꿔보자”고 강 회장에게 제안한 데 따른 것. 신임 노 원장은 부산고를 나온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경련이 현 정부와 관계를 매끄럽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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