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너마저도”=지난해 대한해운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한다며 지분 7.56%를 샀던 대우조선해양은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신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원 임면, 정관 변경, 배당 결정 등에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대한해운이 노르웨이 해운사인 골라LNG와 지분 경쟁을 벌일 때 대한해운 대주주를 돕는다며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3월 삼양식품의 백기사로 나섰던 현대산업개발도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삼양식품 대주주인 전중윤(全仲潤)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며 우호 지분 형태로 이 회사 지분 26.76%를 인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금은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필요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일 벗는 ‘슈퍼개미’=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은 상장 또는 등록기업의 주가를 쥐락펴락하는 슈퍼개미들도 잇달아 경영 참가를 선언했다.
지난해 서울식품과 한국슈넬제약 등을 사고팔아 슈퍼개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경규철(慶奎哲) 씨는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넥사이언의 지분 12.50%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 씨는 1982년생으로 주식 취득자금은 슈퍼개미답게 ‘금융소득’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8월 아이브릿지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던 왕경립(王京立) 씨도 이 회사 지분 13.2%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왕 씨는 “주주로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안이 있으면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절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2, 3세’ 자금출처는 오리무중=대기업 오너 2, 3세들의 보고는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5%룰의 도입 목적 가운데 하나인 주식 취득자금 조성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
신동빈(辛東彬) 롯데그룹 부회장과 이재현(李在賢) CJ그룹 회장은 자금 출처를 아예 밝히지 않았다.
한국증권연구원 정윤모(鄭閏模)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을 요구하면 주식 투자가 위축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느슨하게 제도를 운용해서도 안 된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5%룰과 비교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의 5%룰에 따른 공시 내용(자료:금융감독원) | ||||
회사 | 주요 주주 | 지분(%) | 주식 보유 목적 | 자금 출처 |
대한해운 | 대우조선해양 | 7.56 | 경영 일체에 참가 | 자기자금(265억9958만 원) |
삼양식품 | 현대산업개발 | 26.76 | 경영 일체에 참가 | 자기자금(110억4934만 원) |
현대상선 | KCC | 6.26 | 경영 일체에 참가 | 자기자금(188억800만 원)차입금(400억 원) |
현대엘리베이터 | KCC | 33.71 | 경영 일체에 참가 | 자기자금(1075억1900만 원) |
금호타이어 | 군인공제회 | 25.01 | 이사 및 감사 임면, 배당 결정, 주식 교환및 이전에만 참가 | 자기자금(1751억 원) |
한국캐피탈 | 군인공제회 | 71.88 | 경영 일체에 참가 | 자기자금(221억3000만 원) |
삼성전자 | 이재용 상무 | 0.65 | 경영 일체에 참가 |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 |
신세계 | 정용진 상무 | 4.66 | 경영 일체에 참가 | 근로소득 및 배당 등 금융소득 |
기아자동차 | 정의선 사장 | 1.01 | 경영 일체에 참가 | 근로소득 등 |
롯데제과 |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 4.88 | 경영 일체에 참가 | - |
CJ | 이재현 회장 | 22.60 | 경영 일체에 참가 | - |
공시 양식에 있는 경영참가 항목은 이사 및 감사 임면, 이사회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결정에 영향, 회사 합병 및 분할, 주식 교환 및 이전, 영업 양수 및 양도, 자산 처분 및 양도, 영업 임대 및 경영 위임, 회사 해산 등. |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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