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朴炫柱·47) 미래에셋 회장은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사람이다.
뮤추얼펀드 국내 1호인 ‘박현주 펀드’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던 2000년. 당시 그는 기자에게 “길을 걸어가다 보면 돈이 막 발길에 차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돈을 벌 기회가 그만큼 많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나라경제가 휘청거렸을 때, 그는 주식과 채권 선물(先物)에 투자해 ‘떼돈’을 벌었다. ‘대중과 거꾸로 가라’는 그의 투자 철학이 딱 맞아 떨어졌던 것. 서울 강남구 압구정사거리 근처에서 조그만 투자자문사로 출범한 회사는 8년 동안 숨 가쁘게 성장해 9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11조 원의 고객 돈을 굴리고 있다.
박 회장은 식목일인 5일 경기 용인시 기흥의 리베라 골프장(옛 관악컨트리클럽) 진입로에 있는 미래에셋 금융상품상담센터를 찾았다. 대지 1만1500평인 미래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지난달 인수했다. 이날 임직원들과 기념 식수(植樹)를 마친 뒤 박 회장은 기자와 함께 상담센터 빌딩을 돌아봤다.
“최 기자, 난 은행 점포를 보면 마치 ‘세븐일레븐’을 보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잘 나가다가 지금 ‘이마트’에 박살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린 절대로 그런 투자는 안 합니다. 철저하게 ‘소수게임’만 하죠.”
박 회장은 최근 큰 프로젝트를 하나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미국 최대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라는 회사 알죠? 그 회사 주가가 처음 상장(上場)됐을 때 19달러였는데 40년 동안 5만582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2700배입니다. 조만간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를 만들려고 합니다.”
보험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이 투자회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식과 채권 부동산뿐 아니라 회사까지도 인수해 고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다.
여의도 증권가엔 ‘미래에셋 워치(watch)’라는 말이 있다. 미래에셋이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에 펀드매니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외국증권사 브로커들이 미래에셋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산다는 말을 빗댄 것이다. 토종 자본이 외국자본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
그의 관심사는 이제 ‘사회적 책임’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고객들에게 돈을 벌도록 해주고 자본시장을 통해 중산층을 육성해야 한다는 소망을 이뤄나갈 것입니다.”
단기투자를 하지 말라고 객장에 전광판을 만들지 않고 초단기에 목표수익을 내면 해지하는 ‘스폿펀드(spot fund)’를 팔지 않은 그의 장기적인 운용 철학이 100만 명의 고객을 모은 비결이 아닐까?
그의 변신을 여의도는 다시 한 번 주목할 것 같다.
용인=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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