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던트는 샐러리맨(salary man)과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지만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이제 샐러던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삼팔선’이나 ‘사오정’ ‘오륙도’ 같은 말들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
영어강좌나 자격증 전문 학원의 새벽반, 주말반엔 직장인이 대부분이고 주말의 대학 도서관도 직장인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그러나 회사만 갔다 오면 너무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심정. 그래서 들어봤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직장인들의 얘기를.
이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뭔가를 대단하게 이룬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분초를 쪼개가며 살아왔으며 특히 주말을 잘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주말의 시작, 다섯 명의 부지런한 직장인들이 들려주는 ‘샐러던트가 사는 법’을 들어보자.》
○ 직장 다니며 국내 영어 MBA 과정 마쳤다
―JW메리어트 호텔 교육부 대리 정희진(34) 씨
최근 해외 경영학석사(MBA)보다 투자 대비 효과를 고려해 국내 MBA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정 씨도 그중 한 사람. 그는 대학 졸업 뒤 스위스의 글리옹 호텔스쿨에서 공부하고 미국의 한 호텔에서 인턴 과정을 거쳐 한국 JW메리어트 호텔에 2000년 입사했다.
그는 1년 뒤인 2001년 가을 연세대 글로벌 MBA 과정에 입학했다. 영어에 능통한 그가 또 영어로 진행되는 이 과정에 진학한 이유는 호텔에서 제한된 대화만 하다보니 영어 실력이 주는 것 같고 경영도 알아야겠다는 생각 때문. 사실 그는 무엇을 배우지 않고는 잠시라도 못 배기는 ‘학습 중독자’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있으면 왠지 불안해요. 일종의 ‘병’이죠. 공부하는 것이 없을 때는 문화센터에서 꽃꽂이나 선물 포장까지 배웠어요.”
MBA 공부 시간은 1년 휴가를 일주일에 하루씩 쪼개어 냈다. 1년치 휴가를 다 쓰면 한 학기를 휴학하는 방식으로 계속해 지난해에 학위를 딸 수 있었다. 당연히 휴가 한 번 제대로 못갔지만 영어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급격히 늘었고 경영 전반에 관한 나름의 시각도 얻었다. 글로벌 MBA에는 교포 학생들이 많아 영어로 대화할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것도 큰 소득이다.
공부하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 정 씨도 마찬가지. 그는 “회사에선 절대로 티 나게 공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잠을 덜 자더라도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한다. 그는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으며 매일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그러면서도 공부하는 기간 중에 전 호텔에서 1명을 뽑는 ‘이달의 매니저’ 상을 받기도 했다.
상사에게는 등록하기 전에 미리 의논하고 허락을 받았더니 편의를 봐주었다.
“동료나 부하 직원에겐 미안해서 자주 밥을 샀죠, 하하.”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은 고3 때보다 더 힘들다. 정 씨도 타고난 체력 덕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동네 독서실을 이용했다. 대학 도서관의 경우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자신만의 공간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TIP-① 회사에서는 공부하지 말고 일에 집중하고, 공부할 때는 회사를 잊어라.
② 공부한다는 데 말릴 사람 없다. 주변에 솔직히 터놓고 이해를 구하라.
③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 주말 등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라.
○취미도 경쟁력이다
―SBS 윤지영(32) 아나운서
다들 업무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마당에 ‘취미’를 들먹이면 너무 한가한 얘기일까. 윤 아나운서는 “아니다”고 말한다.
경원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해외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에서 1996년 SBS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을 포기하기 어려워 유학을 접었지만 마음속엔 늘 노래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2001년 다시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모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어쨌든 이젠 성악이 ‘취미’인 셈인데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겐 ‘겉멋 들어 그런다’는 오해를 살까봐, 회사에는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게 아니어서 눈치가 보였다. 또 일주일에 적어도 2, 3일은 낮에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일요 근무와 야근으로 때워가며 다녔다. 휴학도 몇 차례 해 지난해에야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방송인이라 그런지 연주나 오페라를 같이 하자는 제의가 많아 무대에 설 기회가 좀 있었어요. 노래를 부르고 음악인들과 교류할 수 있으니 새로운 열정이 샘솟는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는 ‘이렇게 떨면서 시간과 돈 들이고 마음고생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 하고 매번 생각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갑자기 ‘신기(神氣)’가 들린 듯하다고.
얼굴이 알려져 구경거리로만 생각할까봐 한 번 무대에 설 때마다 한두 달 동안 개인 레슨을 받았다. 그는 “아나운서도 샐러리맨인데 월급 받아 레슨비와 연주자 사례비만 줬다”며 “한가해서 공부한다는 말은, 직접 해 보면 쑥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미를 공부하는 것은 본업인 방송에도 에너지를 줬다. 방송은 잡학다식해야 하는 분야라 무엇이든 전문적으로 알면 언젠가는 써먹을 기회가 생긴다.
윤 아나운서에게 성악은 미련이 많은 꿈이다. 그러나 그의 스승인 경원대 이상녕 교수는 “어느 길을 가든지 정상에 오르면 모두 한 길”이라고 말해 주었다. 윤 아나운서는 취미와 본업을 굳이 나누지 않아도 ‘어디엔가 쏟을 열정이 있다면 그 에너지가 다른 일을 하는 데도 힘을 준다’고 믿는다.
TIP-① 꼭 하나 이상의 취미를 갖고 그 분야에 전문가 수준이 돼라.
② 바쁘다는 핑계는 거짓말.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많아진다.
③ 취미에 쏟는 열정은 본업에도 에너지를 준다.
○해외 취업 뒤 미국 하버드대 MBA 합격
―델 차이나 마케팅 매니저 성정민(28) 씨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컴퍼니의 컨설턴트였던 성 씨는 2002년 중국 취업을 결심했다.
“전 세계 4분의 1을 대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게 느껴졌거든요.”
중국 진출에 가장 큰 장벽은 언어. 보통 주당 70시간 이상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는 달성 가능한 원칙을 세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기로 했다.
일단 일요일 오후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투자했다. 일요일 오후 중국인 유학생으로부터 개인 과외를 받고 두 시간씩 이를 복습했다.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전화통화를 이용한 회화 프로그램을 들었다. 일년간 꾸준히 하니 델 차이나에 들어가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는 의사 소통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 됐다.
2003년 델 차이나에 입사한 뒤 시작된 중국 생활은 그에게 새로운 충격을 줬다. 한국의 경험을 얘기하면 다들 듣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한마디씩 했다.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아 한국처럼 작은 나라와는 다르다고. 세계적인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해외 MBA 진학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 계획을 짰다. MBA 지원에 필수적인 GMAT 공부를 지난해 3월에 시작해 5월에 시험을 치렀으며, 7월에는 토플 시험을 봤다. 10월 초까지 에세이와 지원서를 작성해 하버드대 MBA에 지원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3번에 걸쳐 전형을 하는데 그는 첫 전형에 총력을 기울여 가고 싶은 곳에 지원하고 나머지 학교는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GMAT는 토익이나 토플을 공부해 본 이들은 두 달 정도 시간을 두고 ‘짧고 굵게’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는 교재 두 권을 반복해서 봤는데 매일 퇴근 뒤 40문제 이상을 풀었다. 홍콩에 출장을 가서 일을 마친 뒤 동료들과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와서도 책을 펴든 적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 일주일은 휴가를 이용해 매일 실제 시험과 같은 시간에 모의고사를 풀었다.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오후에 5, 6시간씩 공부한 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공부 비결은 적은 시간이라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 그는 처음 지원한 하버드대에서 올해 1월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TIP-① 주중에 시간이 없으면 주말 하루는 온전히 공부에 투자하라.
② 하루 공부의 양을 정하고 반드시 달성하라.
③ 전체적인 준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라.
○전 세계 1%의 영어 성적 거두다
―수출입은행 여신총괄부 김용진(31) 씨
매일 아침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집에서 여의도까지 버스로 출근하는 김 씨의 하루는 영어회화로 시작된다. EBS 사이트에서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로 다운받은 ‘파워 잉글리시’프로그램을 귀로 듣고 입으로 따라하며 주요 표현을 익히는 것.
영어 말하기는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런 기회는 별로 없다. 학원의 회화 수업이 대안이지만, 1 대 1 강의가 아니면 만족도가 낮다. 김 씨는 그래서 EBS의 영어회화를 적극 추천한다.
“배경 지식이 부족해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대화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 강의로 이런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죠.”
그가 효과를 본 또 하나의 방법은 학원의 통역대학원 기초반 수강이다. 동시통역사를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어학원마다 주말반도 개설돼 있는데 3시간 이상 강의하며 숙제도 많아 힘들다. 그러나 부족함을 느끼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강의라는 것이 그의 조언. 특히 인터넷으로 영어 뉴스를 다운받아 들으면서 입으로 따라해 보는 ‘섀도잉’ 연습은 통역대학원에서 많이 하는 방법인데 꾸준히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쌓은 영어실력은 토익은 만점에 가깝고 미국 대학원 자격 시험인 GRE의 경우 언어영역인 버벌(Verbal)이 730점. 원어민을 포함해 세계에서 시험 본 사람 중 1% 안에 드는 성적이다.
수출입에 관련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는 업무 성격 상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김 씨는 자신이 오히려 회사에서 영어를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영어로 듣고 읽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서 자연스레 실력도 늘게 됐다고.
무엇보다 그는 일단 많이 읽을 것을 강조한다. 그는 7시40분에 출근해 1시간가량 인터넷으로 영자신문을 본다. 미국 일상어들이 많이 나오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비롯해 ‘타임’ ‘뉴스위크’ 등 시사주간지도 본다.
주말에는 케이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고 인터넷 드라마 동호회에서 ‘24’ 등 미국 드라마를 보며 동호회 회원들이 올려놓은 영어자막과 자신이 들은 것을 비교해 본다. AFNK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 놓고 매시마다 5분씩 나오는 뉴스도 듣는다. 자기 전에는 10∼20분 정도는 가볍게 영영 사전을 들쳐 보며 단어의 활용법을 익힌다.TIP-① 매일 아침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보거나 들으며 따라한다.
② 읽기가 안 되면 듣기와 말하기도 안 된다. 영자 신문이나 주간지를 꾸준히 읽어라.
③ 주말에는 영어자막이나 무자막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꼭 1편 이상 본다.
○업무 관련 자격증 8개 땄다
―대신증권 리스크관리팀 대리 조영복(32) 씨
2001년 9월 세무사, 2002년 9월 증권투자상담사, 11월 증권 파이낸셜 플래너(FP), 12월 선물거래상담사, 2003년 4월 손해보험 대리점, 6월 생명보험 대리점, 12월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2004년 5월 재무위험관리사(FRM).
조 씨가 취득한 8개의 자격증이다. 증권투자상담사의 경우 전국 수석이었다.
금융계는 어떤 분야보다도 변화가 빠르고 경쟁도 치열한 곳. 자격증은 1차적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검증해 주는 수단이다. 대부분의 증권회사들이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대신증권도 전 사원이 증권투자상담사와 증권 FP,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국가자격증이나 국제공인자격증 등 검증된 자격증에만 도전하세요. 고급 자격증은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곧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자신의 업무와 관련돼 실무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자격증만 따세요.”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일단 목표기간을 잡아야 한다. 회계사 세무사 등은 최소 2년, 증권투자상담사나 선물거래상담사 등은 경상 계열 출신이라면 3∼6개월이 걸린다.
일단 공부를 시작했다면 빨리 1회독을 한다. 보통 처음에 열심히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해서 책의 앞부분만 손때가 묻는다. 몰라도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1회독을 하는 것이 포인트. 그 다음은 반복이다. 조 씨는 “자격증 시험은 정독보다 다독”이라고 강조했다. 시험 전 3일은 합격의 관건이다. 3일 동안은 요약본이라도 전 범위를 한 번 훑어봐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3일이 지나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그 전에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어도 3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또 한 분야의 관련 자격증은 범위가 겹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한 가지를 확실히 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쉽게 딸 수 있다. 이는 고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씨는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고 회사의 사이버 강의를 들었으며 주말에는 학교 도서관에 나가 이틀을 공부에 쏟았다. 그러나 국가공인 자격증은 학원에 다니는 것이 좋다고 조 씨는 조언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개인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 뱅커(PB)’가 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올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TIP-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만 따라.
② 자꾸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말고 일단 책을 빨리 1회독 하라.
③ 시험 보기 전 3일 동안 전 범위를 훑는 것이 합격의 관건이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직장인 제2인생 로드맵 ‘로스쿨,치-의학 대학원’인기▼
직장인들이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일부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학생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조직 사회의 쓴 맛’을 아는 이들은 대부분 전문직을 원하고 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연봉이 높기로 소문난 회사에 다니다 다시 대입 수능을 친 뒤 지방의 한 한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29) 씨는 “직장인들의 입학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직장을 다녔거나 군대를 갔다 온 이들의 전국 한의대 연합 모임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밤에 재수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했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다니다 2004년 서울대 치대로 편입한 이모(27) 씨는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생물 물리 화학을 보는 편입 시험에 6개월간의 준비 끝에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고들 하지만 윗사람 눈치 보고 과장 부장들이 주말까지 출근하는 것을 보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직장생활을 하다 들어온 편입생이 의외로 많으며 다들 현역(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입학한 학생)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대성학원 장희서 상담실장은 “자연계에서는 의대나 한의대, 인문계에서는 교대를 목표로 다시 수능을 보려는 직장인이 최근 3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자연계는 한 반의 정원 80명 중 직장인이 5∼10명이나 있고 드물게 40대 지원자도 있다고 한다.
장 실장은 “전공을 묻지 않고 무조건 서울대를 가려던 ‘서울대병’은 최근 많이 사라졌지만 요즘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의대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이 올해 처음 문을 연 데다 2008년 로스쿨 도입이 확정되면서 마음이 술렁이는 직장인이 더욱 많아졌다.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과 의대 편입을 준비할 수 있는 학원 ‘PMS’에 따르면 수강생 가운데 20∼30%는 직장인. 예전에 의사의 꿈을 꾸었지만 대입 때 점수가 안돼 포기했던 사람이 대부분이다. 문과 출신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첫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자의 경우 인문계열이 약 9%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다.
유준철 원장은 “안정된 직장을 바라고 오는 사람이 많은데 실상은 그와 다를뿐더러 입학 이후의 공부도 만만치 않으므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며 “30대 중반 이후에는 절대적인 사명감이 있는 이를 제외하곤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많다. 다음카페 ‘로스쿨 진학 준비위원회(cafe.daum.net/gogolawschool)의 운영자 홍모 씨는 “얼마 전 정기모임에 20여 명이 참석했는데 공무원 약사 종합병원 레지던트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그는 “이쪽(금융권)에서는 30대 후반이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데 3, 4년 투자해 평생 직업을 얻을 수 있다면 괜찮은 투자”라고 덧붙였다.
중앙고용정보원 이상현 선임연구원은 “35세가 되면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이 시대에 직장인들의 전문직 도전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그러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데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모두 의사나 법률가가 되려고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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