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5일 외국 자본의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 관련해 “국내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매입한 자본이 아니라 재매각해 실제로 이익을 챙긴 곳만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펀드 론스타와 칼라일 외에 10개 이상의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이미 실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펀드 청산에 대한 고민=국세청은 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면 일부 펀드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고 청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가 소멸되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세청이 조기에 세무조사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금융계에서 나온다.
국세청은 “세원(稅源) 정보 자료에 의한 탈루 혐의 분석이 완료된 상태에서 조사가 지연되면 조세 채권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 자본의 탈루 혐의를 이미 확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식 매매 차익 실현에 주목=주식 매매 차익을 거둔 외국계 펀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지난해 3월 삼성물산 지분 5%(777만2000주)를 사들인 뒤 12월 제3자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지원하겠다고 위협, 주가가 오르자 모두 팔아치워 20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제일은행 경영권을 인수한 후 재매각해 5년여 만에 1조1500억 원의 차익을 챙긴 뉴브리지캐피탈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다. 조사 대상을 선정할 당시 아직 이익을 실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매매 계약은 올해 초 맺었지만 대금 결제는 15일 이루어졌다.
따라서 국세청이 ‘차익을 실현한 외국 자본’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뉴브리지캐피탈이 추가 조사 대상 1호가 될 전망이다.
SK㈜에 이어 LG그룹 계열사 주식을 산 소버린자산운용은 아직 이익을 실현하지 않아 국세청이 조사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 이익도 많아=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사고팔아 남긴 차익은 줄잡아 6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1년 6월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현대산업개발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지상 45층)을 6000억 원에 사들였던 론스타는 올해 초 싱가포르투자청(GIC)에 8600억 원에 이 건물을 팔아 260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칼라일은 2002년 서울 강남구 미래와사람 빌딩(지상 20층)을 690억 원을 주고 산 뒤 지난해 말 220억 원을 남기고 토종 부동산펀드인 맵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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