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발표만 믿고 주식사면 안돼요

  • 입력 2005년 4월 22일 02시 49분


‘주식 자본주의(stock capitalism)의 꽃’이라고 불리는 유상증자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증시 침체와 유상증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유상증자 시장이 부활하고 있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투자자의 자금을 기업에 직접 연결해 주는 ‘직접 금융’의 핵심이며 증시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모처럼 활성화된 유상증자 시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형은 커졌지만 증시 퇴출 모면용 증자나 자금을 모으려는 목적 자체가 불분명한 증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유상증자 실태=지난달 30일 코스닥 등록기업인 코웰시스넷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코웰시스넷은 자본잠식 상태로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려 있었다. 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코스닥 퇴출도 피해 보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 회사의 증자에 49억 원을 투자하면서 참가한 또 다른 코스닥 등록기업 엠비엔파트너. 코웰시스넷을 ‘구원’한 엠비엔파트너도 사실 올해 초까지 자본잠식 상태였고 유상증자를 통해 58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아 겨우 증시 퇴출을 모면했다.

이 회사는 증자 당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공시했지만 엉뚱하게 또 다른 자본잠식 기업을 구출하는 데 사용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본잠식에서 막 벗어난 주제에 누구를 살리겠다는 것이냐”, “애초 증자 목적을 엉터리로 발표한 사기 증자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증자도 적지 않다.

이달 초 특정 투자자와 미리 증자 규모 및 금액을 약속받고 증자를 실시하는 ‘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던 KJ온라인. 이 회사는 12일 “증자 목표는 20억 원이었지만 실제 증자로 들어온 돈은 1000만 원가량”이라고 다소 황당한 공시를 했다.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티전자가 증자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결국 증자를 하겠다는 회사 발표만 믿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KJ온라인 주가는 증자에 대한 기대로 이달 초 3280원까지 급등했지만 최근 1200원대까지 하락했다.

▽유상증자 시장, 외형은 커졌지만=2000년 이후 계속 줄어들던 유상증자 시장이 올해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유상증자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유상증자 자금은 차입금과는 달리 갚을 필요가 없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증자한 기업 중에는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시가총액이 기준에 못 미쳐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코웰시스넷 외에도 제이스텍, 서울일렉트론, 대아리드선 등 퇴출 모면을 위해 증자를 했거나 시도한 기업이 올해 들어 10여 개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20억 원 미만의 소액 증자가 급증한 것도 증자 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화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증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확산되면 막 꽃피기 시작한 증자시장 전체가 퇴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주주에게 증자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증자 자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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