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우대’ 역차별에 웁니다

  • 입력 2005년 4월 22일 02시 50분


메디슨 이승우 사장은 “외국 회사들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메디슨 이승우 사장은 “외국 회사들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부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역차별만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메디슨의 이승우(李承雨) 사장. 한때 ‘국민 벤처’로 칭송받던 메디슨이 2001년 부도로 쓰러진 지 5년째다. 그는 법정관리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이민화(李珉和) 전 회장과 메디슨을 창업(1995년)했을 때와 지금의 시장 환경은 판이하게 바뀌었다.

당시의 경쟁 상대는 외국의 대형 의료기기 업체였다. 지금은 한국 정부와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정부의 각종 우대조치 때문이다.

“초음파 의료기기 경쟁업체인 미국의 GE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고 독일 지멘스도 조세 지원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반면 메디슨은 연간 평균 100억 원씩의 세금을 내고 있어 가격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100억 원은 메디슨이 1년에 쏟아 붓는 연구개발(R&D) 비용과 맞먹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고도의 기술을 수반하는 사업으로 국민경제에 대한 경제적 또는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10년간 법인세를 감면토록 하고 있다.

연구 인력비로 1인당 연간 2000만 원을 무상 지원하고 공장 부지도 무료로 제공한다.

문제는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이런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어렵다.

이 사장은 “지멘스 한국법인의 기술은 메디슨이 갖고 있는 기술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중앙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연구소 부지와 기술개발자금을 무상으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기업인 메디슨이 각종 정부 지원을 받는 지멘스와 경쟁하는 건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메디슨의 핵심 연구인력 10명이 지멘스로 자리를 옮겨 내부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지멘스로 간 인력 가운데 3명은 기술 유출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메디슨은 작년 1월 이후 재정경제부에 지멘스에 대한 조세 감면 방안을 재고해달라는 건의서를 네 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재경부의 회신은 “고도기술 수반사업인 만큼 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대답뿐이었다.

메디슨은 이 과정에서 GE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업부문 또한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메디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작년에 GE에 추월당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지원 내용은 법률에 따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한국기업은 경쟁 상대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당하는 셈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일부 인식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들여오는 기술이 한국 업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국내 회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고도 기술이다”고 말했다.

메디슨은 지난해 450억 원의 순익을 남겨 흑자로 전환했다. 장외시장에서 100원씩 하던 주식도 1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정상화의 기틀은 마련된 셈이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찬성합니다. 다만 이런 혜택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주길 바랍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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