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은행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신한은행은 나흘 뒤인 11일 최저 금리를 4.99%에서 4.9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도 이달 들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해 최저 금리가 4.31%까지 내려갔다.
은행들의 금리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돈을 빌리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은행의 수익이 악화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은행간 자금이동 활발=금리경쟁으로 은행간 자금 이동이 뚜렷해졌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수신 규모는 작년 말보다 각각 4.0%, 2.1% 늘었다. 반면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은 각각 2.7%, 2.1% 감소했다.
가계대출 역시 하나와 신한은행은 2% 이상 증가했으나 국민은행은 1.3% 정도 줄었다.
이처럼 수신 및 대출 규모에서 차이가 생긴 것은 '우량 고객 빼앗기' 경쟁이 치열해진 탓. 우량 고객에게는 보너스 금리를 주면서 예금을 유치하고 주택담보대출의 거래 은행을 바꾸는 고객에게는 금리를 추가로 깎아줬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구본성(具本星) 연구위원은 "이런 경쟁구조는 은행권의 예대마진을 축소시켜 이자수익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는 게 지는 싸움?=금리경쟁이 과열양상을 빚으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재원(李宰源) 연구위원은 "금리경쟁으로 올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전년대비 0.1%포인트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수익 부문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핵심지표. 순이자마진이 0.1%포인트 떨어지면 은행의 전체 이익은 6~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강경훈(姜京勳) 연구위원은 "은행의 우량고객 유치경쟁은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끝날 싸움 아니다"=이 같은 우려는 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은 2.06%로 평년에 비해 0.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반면 수수료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13.3% 증가했다. 고객들이 금리 혜택을 보는 사이에 은행은 수익증권과 은행연계보험(방카쉬랑스) 판매수수료를 늘린 셈이다.
금리경쟁이 과열될수록 은행들도 수수료 챙기기에 나서 결국 고객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지금 순이자마진을 생각했다가는 다른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자수익을 희생하는 대신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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