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PC업계 二重苦…'다음은 누가 넘어질지…'

  • 입력 2005년 4월 27일 03시 47분


성장률은 2004~2009년 연평균 기준. 자료: IDC 코리아
성장률은 2004~2009년 연평균 기준. 자료: IDC 코리아
‘다음은 누가 넘어질 차례인가.’

국내 중견 컴퓨터(PC) 제조업계에 부도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해 국내 시장점유율 4위까지 올랐던 현주컴퓨터의 몰락은 중견 PC 제조업체가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은 품질 면에서 대기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가격에서는 용산 전자상가의 조립 PC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에도 밀리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품질과 가격에서 밀렸다=현주컴퓨터에 앞서 로직스, 컴마을, 나래앤컴퍼니 등 한때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중견 PC 제조업체들이 무너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못지않은 높은 품질과 용산전자상가 못지않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삼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HP 등 국내 대기업과 외국의 유명 PC 제조업체가 잇따라 가전제품처럼 미려한 디자인과 홈시어터 지원 등 다기능으로 무장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중견 PC제조업체의 품질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도 마찬가지. 중견 PC제조업체가 대리점 구축과 마케팅 비용 등에 투자를 늘리는 동안 소규모 PC업체들은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으며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조립 PC 업체 ‘아이포드’는 최근 본체 가격이 18만7000원인 데스크톱 PC를 선보였다. 또 세계 1위의 PC 제조업체 델은 25일부터 데스크톱 PC를 39만9000원(부가가치세 별도)에 팔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기업의 고민=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중견 PC 제조업체는 삼보컴퓨터와 주연테크. 삼보컴퓨터의 2004년 매출액은 2조1812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34억 원 적자였다.

자본금의 50% 이상을 까먹어 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였으나 작년 4월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 2380만 달러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99만9000원의 저가(低價) 노트북PC ‘에버라텍’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노트북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4배로 뛰었다.

주연테크의 작년 실적은 매출액 1846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으로 비교적 성적이 좋았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 새 버전 ‘롱혼’이 등장하는 내년이면 PC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나준호(羅俊晧) 연구원은 “PC 관련 산업은 이미 기술발달이 충분히 이뤄져 조립 기술이 중요한 산업이 됐다”며 “중견 기업도 해외에서 독자 브랜드로 성공하지 않는 한 저가 제품은 대만과 중국에, 고급 제품은 대기업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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