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조업체 사장은 “일본 호주에서 신문배달, 사무실 청소까지 한 경력으로 볼 때 성실한 사람일 것”이라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혀 왔다.
하 씨가 입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주고 조언해 주겠다는 대기업 인사담당자와 헤드헌터도 있었다. 한 대기업 차장은 “우리 회사 경영지원사업부에 지원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자신이 ‘추천인’으로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반응에 하 씨는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그는 “취직 못 한 게 자랑도 아닌데 이렇게 관심을 보이다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취직이 안 돼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온 하 씨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하 씨에 대한 관심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일까.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젊은이가 직장을 찾아 헤매는 무거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20∼39세의 실업자는 5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7000명 늘어났다.
직장을 잡지 못한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자도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이른바 ‘백수’로 지낸 경험이 있다. 졸업식 때 부모님 얼굴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러다 영영 취직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한없이 위축되기도 했다.
의지와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방황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다. 실업자가 늘어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 기업은 제품을 많이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도 세금이 적게 걷혀 재정이 어려워지는 등 전반적인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업 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도 기업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줄 일자리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이라는 씁쓸한 유행어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손효림 경제부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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