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노조 순수성 잃었다”

  • 입력 2005년 4월 27일 21시 07분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1970년대 유신 치하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세 차례나 투옥된 경력이 있다. 그는 노동운동 자체가 불온시되던 시대에 원풍모방 노조위원장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던 유해 작업환경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웠던 노동운동의 원조(元祖) 격이다.

그가 공기업 노조를 향해 “순수성을 잃었다”고 질타했다. 어려운 시절에 투쟁했던 노동운동계의 대선배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쓴소리다. 공기업 노동운동이 순수성을 잃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후배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문을 연 것이다.

공기업 노조가 처우 문제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자 경영권과 인사권 개입에 집중하고 있음을 방 이사장은 비판했다. 공기업 임금은 정부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올려져 확정되기 때문에 공기업 노사는 임금교섭을 할 수 없다. 실제로 임금 투쟁을 할 필요도 없다. 공기업 직원들의 임금은 공무원 급여는 물론이고,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의 임금보다 많은 수준이다. 공기업 노조가 임금과 복지 문제로 싸울 것이 별로 없다고 해서 사용자의 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넘보는 것은 노동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월권이다.

방 이사장은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 따라 자체 경영평가를 하고 그 실적을 인사에 반영했다. 그러자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단체협약을 위반했다”고 반발하며, 바쁜 시기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업무를 태만히 했다. 방 이사장은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낙하산으로 내려온 공기업 사장들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이면합의로 ‘떡’을 더 나눠주고, 자신은 ‘자리 보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공기업의 실질적 주인은 노조라는 말까지 나온다. 다른 공기업 사장들도 방 이사장처럼 당당한 자세로 노조의 월권적 횡포와 도덕적 해이를 막아내야 한다. 공기업을 반(反)국민적 기업으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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