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섬유시장 싹쓸이 하는 중국산 제품=중국산 저가 제품이 세계 섬유시장을 독식하면서 한국, 홍콩,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섬유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27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섬유 수출은 31억9000만 달러(약 3조190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억1000만 달러(6.1%) 줄었다.
특히 의류 수출이 5억17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1.5%나 급감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섬유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1∼2월 2.4%로 작년 동기의 3.1%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중국이 같은 기간 18.8%에서 26.4%로 7.6%포인트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 김경환(金京煥) 총괄부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섬유업체들이 중국에 기술 이전을 해주면서 중국의 섬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범용 제품 수출에만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은 점차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섬유업체=국내 섬유 수출업체들의 고민은 섬유쿼터제 폐지뿐만이 아니다. 고유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은행들의 대출 회수에 따른 자금난 등 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원유에서 뽑아내는 화학섬유 등 평균 생산비용이 작년에 비해 평균 20∼30% 상승했다.
수출 단가를 올리지 않고는 도저히 수출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 저가 제품과의 경쟁 때문에 가격도 올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은행들이 자금을 서둘러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구의 A업체 김모 사장은 “은행들이 섬유산업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섬유업체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려면 연구개발(R&D)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기관의 이런 관행이 섬유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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