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나주 배 농가 사면초가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59분


전국 최대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지역 재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 국내산 동일품종의 배가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는데다 나주산 배를 매년 400∼600t씩 수입하는 대만이 병해충을 이유로 수입 중단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시는 지난달 중국 현지에 배 실태 조사단을 파견한 결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 외곽 1만3000ha(3900만평) 농장에 국내산과 같은 품종인 신고배가 재배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나주지역 2900여ha의 4배, 국내 전체 면적 2만8000ha의 절반에 이른다.

조사단은 또 칭다오(靑島)시와 옌타이시 접경지역 농장에서 신고배 묘목을 대량 생산하기위해 중국 전통 품종을 활용한 접목법 농장도 확인했다.

이는 수십 년 된 중국산 ‘자리’ 대목(代木)에 20∼30cm로 자른 신고배 가지 수십 개를 한꺼번에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1∼2년이면 배를 수확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배 등 과일 수출을 확대하려고 품종개량을 위한 묘목대의 50%, 저온저장고 시설비의 100%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장인 유재봉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지난해 수확한 배 모양과 당도를 조사한 결과 국내산에 비해 손색이 없고 생산비(15kg 기준)가 2500원으로 나주지역 생산단가의 15%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만이 한국산 배, 사과의 수입을 중단할 우려가 있어 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4일 농림부와 국립식물검역소에 따르면 대만은 3월 초 복숭아 심식나방을 수입금지 대상 병해충으로 포함시키는 새 식물검역규정을 입법예고했다.

대만 정부는 수출국들이 6월10일까지 대만에 복숭아 심식나방을 유입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국가의 과일 수입을 금지할 방침이다.

복숭아 심식나방은 애벌레가 과일 병해충을 뚫고 들어가 열매 살 부분을 먹어치우는 병해충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서식하고 있다.

나주배 재배농가들은 대만에 2002년 482t, 2003년 407t, 2004년 624t의 배를 수출했으며 수입 중단 조치가 취해질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나주에서는 3400여 농가가 연간 8만t의 배를 생산해 매출액이 1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나주시 전체 경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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