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자금 脫한국?…美실질금리 ‘플러스’로

  • 입력 2005년 5월 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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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수준이 비슷해짐에 따라 높은 수익을 노려 한국에 들어왔던 해외 펀드 자금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를 올려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금은 경기가 회복 기조에 들어섰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콜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 자본유출 본격화하나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너럴이머징마켓(GEM), 아시아엑스저팬, 인터내셔널, 퍼시픽리전 등 한국 관련 4대 펀드의 자금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린 3월 23일 이후 집중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연 2.75%의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미국의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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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펀드를 포함한 한국 관련 펀드 자금은 3월 24∼30일 1주일 동안 순(純)유출(유출총액에서 유입총액을 뺀 것) 규모가 11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4월 7∼13일을 제외하고는 계속 빠져나가 최근 연속 3주를 포함해 6주 가운데 5주 동안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추세는 분명 ‘탈(脫)한국’이라고 진단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金學均) 선임연구원은 “1994, 1999년에도 미국의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자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최근 한국을 빠져나간 자금 중에는 싼 금리로 조달한 미국 달러를 신흥시장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단기자금도 꽤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자금이탈은 ‘내수부진→금리 인하→추가적인 부동산 거품→거품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내외금리 역전 신경 안 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불과 0.25%포인트.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이달 4일 한 차례 더 올라 연 3.0%로 높아진 반면 국내 콜금리는 작년 11월 이후 연 3.25%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한은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지난달 7일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자금의 해외 이탈이 있어도 우리는 해외투자를 장려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에 이탈의 정도가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내수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아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환율의 급격한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금 유출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전문가들, “이번에도 동결” 전망

한미 간 금리 역전 외에도 콜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서 도소매업 판매가 9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내수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였다. 부동산가격 오름세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5월에는 콜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부동산 가격 오름세를 금리로 잡으려다간 한계기업이나 은행 빚이 많은 가계에 큰 부작용이 미칠 것”이라며 “일단 정부가 내놓은 ‘5·4 부동산 대책’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고유선(高裕善) 선임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막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국내경기 악화를 우려해 국제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며 “콜금리 인상은 하반기 이후에나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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