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가 아닌 ‘IBM’의 문제=최근 발표된 IBM의 1분기(1~3월) 매출 및 순익 실적은 월가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IBM은 곧바로 1만3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비용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월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올해 미국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가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IT업계 전반의 현상이 아니라 IBM의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IBM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환 서비스(BPTS)’로 불리는 고부가 IT컨설팅 분야에 승부를 걸어 왔다. 문제는 IT컨설팅 분야가 예상만큼 큰 시장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IBM의 BPTS 매출은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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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있는 IT컨설팅 시장마저 인도에 빼앗기고 있다. ‘위프로’ ‘인포시스’ 등의 인도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IBM의 IT컨설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IBM 부진의 상당부분 책임이 거스너 전 회장의 장기전략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93∼2002년 거스너 전 회장이 주도했던 경영회생 전략이 외형적인 ‘실적 부풀리기’에 치우친 나머지 IBM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스너 전 회장은 정기적인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대규모 인원감축과 자산매각을 실시하며 비용절감에 치중했다. 그러나 그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신사업 개발에는 별다른 성공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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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경영혁신에 나서겠다는 ‘마음’은 있으나 무겁고 낡은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IBM을 비롯한 미국 대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해 외부 경영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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