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기업의 나이는 평균 32.9세, 코스닥 등록기업은 평균 16.8세다. 가장 오래된 상장기업은 동화약품공업(108세)이며 이어 성창기업(89세), 경방(86세), 동양화재(81세), 삼양사(81세) 순이다.
1982년 발간된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에 소개됐던 46개 초우량기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6개 기업만 살아남았다.
포천이 1957년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생존해 있는 기업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 일본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다.
모든 기업의 수명이 짧은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에는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4개 있다. ‘레 제노키앙’이라는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모임도 있다. 회원은 7개국, 33개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578년 백제인이 일본에 건너가 세운 건설회사 곤고구미(金剛組)이다. 나이로 치면 1427세.
곤고구미는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곤고 시게미쓰(金剛重光·유중광)를 비롯한 3명의 장인(匠人)에 의해 설립됐다.
곤고구미는 일본 왕실의 명을 받아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사찰인 사천왕사(四天王寺)를 593년 오사카(大阪)에 지었다. 당시 일본은 이런 대규모 사찰을 세울 건축기술이 없었다.
절이 완공되자 쇼토쿠 태자는 곤고에게 사천왕사의 유지와 보수를 맡겼다. 곤고 집안은 이때부터 사천왕사 부근에 살면서 건축을 가업으로 삼았다. 현재 사장은 40대째인 곤고 마사카즈(金剛正和).
이 회사는 경험과 노하우, 전통미에 최신 건축기술을 접목해 사찰 건축분야 절대 강자로 통한다. 사천왕사 보수일지에는 창건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 내용, 예를 들면 작업자 이름, 작업 부위를 설명하는 그림, 보수에 쓰인 자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곤고 사장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건축 하면 곤고구미’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는 늘 도태의 위험이 따른다. 경쟁이 치열한 기업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진 기업들과 비교하면 장수기업의 경쟁력과 생존능력은 월등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업 환경과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기업이라야 위험을 극복하면서 영속성을 누릴 수 있다. 한국에도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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