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철의 도시… ‘뜨거운 당진’

충남 당진군이 ‘제2의 포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INI스틸은 야심 차게 펼치는 일관제철소(고로·高爐) 사업 예정지로 당진을 택했다. 동국제강도 이곳에 새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동부제강은 설비를 확장하는 등 당진이 한국 철강산업의 새 중심지로 떠올랐다.

○ 철강업체들, 당진으로, 당진으로

INI스틸은 최근 당진군 송산면 일대 96만 평을 지방산업단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나는 대로 땅 매입에 들어가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예정.

이 회사는 또 이달 초 생산에 들어간 A지구 열연공장에서 내년까지 180만 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B지구 열연공장은 내년에 가동을 시작해 2007년까지 연간 200만 t을 생산하게 된다.

동국제강도 자회사인 유니온 스틸과 함께 당진군 송악면 고대지구에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이를 위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했다.

동부제강은 현재 연간 185만 t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만 공장에 연 생산 30만 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CGL) 설비를 갖추고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말까지는 연 생산 15만 t 규모의 전기아연도금강판(EGL) 생산 설비도 완공할 예정이다.

강관 생산업체인 휴스틸도 올해 2월 인천공장을 당진으로 이전해 연 생산 50만 t 규모의 파이프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철근 제조업체인 환영철강도 들어와 있다.

○ 왜 당진인가

철강업체들이 당진을 주목하는 이유는 원자재 수급과 제품 판매에 편리한 지리적 요건 때문이다. 여기에 당진군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을 했다.

2000년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당진은 수도권에서 1시간대 거리로 가까워졌다. 냉연 강판의 주요 수요자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도 인접해 있다.

자동차 부품 공단이 있는 전북 군산시까지도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항만 확장 공사로 원료 수입 및 제품 수출도 편해질 전망이다. 당진군은 최근 현재 7선석(船席·1선석은 1척의 배를 댈 수 있는 공간)인 당진항을 2020년까지 63선석 규모로 확장하는 ‘당진항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항만 규모가 현재의 9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철강 원재료인 ‘슬래브’를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데다 중국 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당진군도 철강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현재 11만8000명인 인구를 2008년까지 15만 명으로 늘려 시로 승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인구 유입에 대비해 30만 평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고 있다. 또 철강산업에 필요한 금속 전기 기계 분야의 기능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말 철강업체들과 신성대, 합덕산업고 등 지역 학교를 연계하는 ‘인력양성협약’도 체결했다.

당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