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경쟁 소비자 울린다

  • 입력 2005년 5월 18일 03시 10분


‘실익 없는 자존심 경쟁에 소비자만 멍든다?’

전자제품 가운데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TV의 화면이 휘어지거나 어둡게 나타나 화질 수준이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슬림형 TV는 기존 브라운관의 두께를 20cm나 줄였고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약 100만 원 싸다는 장점을 내세워 단일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월 1만 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은 제품.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초’ 경쟁을 벌이느라 기술적으로 화면왜곡 현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 화면이 휘어진다는 지적 나와

국내 최대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kr)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모니터포유, AV코리아와 함께 시중에서 유통 중인 삼성, LG전자의 슬림형 브라운관 TV를 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다나와는 “조사 결과 양사 제품 모두 화면상에 나타나는 수직선과 수평선이 직선으로 보이지 않고 휘어져 왜곡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화면 중앙에서 모서리 쪽으로 갈수록 화면이 흐려진다는 것.

이어 이 사이트는 “화면이 좌우로 넓어졌기 때문에 휘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월 초 판매한 제품은 화면 4각의 끝부분에 3∼4mm의 퍼짐 현상이 발생했다”며 “현재 퍼짐 현상을 2mm로 줄였고 6월 이후에는 1mm로 줄어 왜곡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왜곡 현상은 극히 일부의 불량 제품에서만 발생한다”며 “전체적인 화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 섣부른 경쟁의식의 결과인가

전자업계에서는 슬림형 브라운관의 개발 속도와 대량 생산 체제 구축, 품질검증 등의 절차를 감안할 때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TV가 올해 3월 이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LG전자가 갑작스럽게 2월 1일부터 149만 원에 판매한다며 선수를 치자 삼성전자도 이에 질세라 2월 1일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계획보다 45일 정도 일찍 제품을 내놓으면서 화면 왜곡 현상을 100% 바로잡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LG전자는 “원래 계획대로 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3월 초까지도 양판점 매장에 물건을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양대 전자업체인 삼성, LG전자가 소모적인 ‘세계 최초’ 홍보전을 위해 판매 일정을 앞당기면서 정작 중요한 ‘품질’은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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