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1만9000여 평에 활짝 피었던 사과꽃이 이달 초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서리가 내려 대부분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시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여름용 반팔 드레스셔츠로 갈아입었던 회사원 조모(41·서울 도봉구 창동) 씨는 이달 5일 이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려 일주일째 앓고 있다.
지난달 말 열흘 가까이 초여름 날씨를 보였던 기온이 이달 6일 이후 일주일 이상 평년 기온을 크게 밑돌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지난달 25일까지 평년 기온을 밑돌다가 26일부터 치솟기 시작해 28일과 30일엔 전국 76개 유인관측소 가운데 40곳에서 100년 만에 4월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달 5일 오후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낮 최고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져 일주일째 평년 기온을 밑돌면서 전국 곳곳에서 농작물의 냉해가 발생했다.
19일 현재 안동시 길안면 길안농업협동조합에 신고한 사과 피해 농가는 269곳. 전체 600여 사과 재배 농가의 44%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피해 농가는 전체 재배농가의 90%를 넘는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사과 재배 농가 중 농작물재해보험에 들지 않은 농가는 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 길안면의 사과 재배 농가 중 보험에 든 농가는 299곳이다.
길안농업협동조합 정영숙(鄭英淑) 공제과장은 “이 같은 사과 피해는 의성군이나 청송군도 비슷한 실정”이라며 “20일부터 피해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못자리의 피해도 심각하다.
변덕스러운 이상고온 및 이상저온과 15도 이상의 일교차가 이어지면서 옥천 영동 보은군 등 충북 남부지역은 잘록병(밑줄기가 가늘어져 죽는 현상)과 뜸모(잎이 누렇게 말라죽는 현상) 피해가 발생해 전체 모의 5%가량이 말라죽었다.
양봉 농가들도 고온다습한 날씨와 때늦은 서리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벌의 활동이 위축돼 벌통 한 개에 통상 50L에 달하는 꿀 채취량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꽁치의 성어기를 맞은 동해안에서는 최근 평년보다 수온이 3, 4도 내려가면서 아예 어군(魚群)이 형성되지 않아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김승배(金承培) 기상청 공보담당 사무관은 “4월 말부터 5월 초 평년의 낮 최고기온은 19∼22도 수준”이라며 “최저 13도에서 최고 30도까지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올해 날씨는 19일부터 평년 기온을 되찾고 주말부터는 평년 기온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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