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돼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재정경제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진단한다.
양극화는 우선 정보기술(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서 시작됐다. IT산업은 노동력보다는 기술이 중요한 대표적인 ‘고용 없는 성장’ 업종. 특히 한국의 IT산업은 핵심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든 뒤 다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기업의 수출 증가→중소기업의 매출 증가→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가 깨진 것이다. 여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생겼다.
그렇다고 전통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을 받아줄 새로운 성장 동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익집단의 저항에 부닥쳐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의 개방과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 신용카드 대란→민간소비 위축→설비투자 부진→내수업종 불황 장기화→양극화 심화의 악순환이 가세했다.
우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 연구위원은 “저소득층과 실직자에 대한 교육 및 직업훈련을 늘리고 프로그램을 혁신해 이들이 다른 직업을 갖거나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실업자가 실업수당을 타기 위해서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직업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여성이 자녀 때문에 일자리를 포기하지 말도록 영유아 보육 서비스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교육개혁도 시급하다.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명문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은 구조는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하 연구위원은 “고등교육을 포기하는 자녀가 늘어날수록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은 떨어진다”며 “이는 혁신 주도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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