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희망을 노래해요”▼
삼성그룹이 신문과 TV를 통해 내보내는 ‘함께 가요, 희망으로’ 광고도 대표적인 ‘희망 광고’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지원, 중국 황사(黃砂) 방지림 조성사업, 지뢰제거 활동을 하는 비영리 법인 후원활동 등을 소개하며 ‘희망을 나누는 일에 국경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KT의 TV광고 ‘희망의 이름 대한민국’도 눈길을 끈다.
강렬한 눈빛에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지닌 한 남성이 전력 질주하는 가운데 턱을 타고 땀방울이 티셔츠에 떨어진다. 이어지는 내레이션.
“…모두들 1승도 어렵다고 했지만 당당히 4강 신화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세계 문화선진국을 제치고 거대한 한류(韓流) 열풍을 만들어낸 나라입니다. 우리가 누구입니까. 희망의 이름 대한민국입니다….”
전쟁 후 재건된 한국의 모습,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응원전,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장면 등이 스쳐간다.
이 밖에도 ‘고객의 희망을 연주하는 은행이 되겠습니다’(농협) ‘작은 캔에 담긴 희망이 있어 내일은 더 맑음입니다’(포스코) 등 희망 메시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망이 경제를 살린다”▼
이 같은 광고 경향은 시대적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기업 광고는 당시 시대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는 ‘사람이 자산’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어 1990년대에는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초우량, 초일류, 세계 경영’을 앞세운 기업이 많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광고가 잇따라 등장했다.
광고업계에서 최근 ‘희망 광고’를 통해 사기를 북돋우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힘들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기획2팀 한우근(韓宇根) 국장은 “위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제가 기지개를 켜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희망’이라는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업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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