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계론’을 너무 의식해 축소 지향적 경영을 한다면 오히려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저항을 받을 수 있다.”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2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사장단 회의(일명 수요회).
최근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삼성을 향한 비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이 그룹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오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본보 1일자 A4면 참조
모임에는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윤종용(尹鍾龍) 이윤우(李潤雨) 부회장, 주요 계열사 사장, 김인주(金仁宙) 구조본 사장과 팀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른바 ‘삼성 독주론’에 대해 한 계열사 사장은 “삼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일각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공화국’이나 ‘삼성의 나라’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장됐고 감정적이지만 진정한 국민기업이 되려면 이런 비판도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삼성을 좋아하고 1%의 소수가 ‘안티’ 삼성일지라도 우리를 싫어하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반론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우리 사회에 반(反)기업 정서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수출을 줄이는 등 몸집을 슬림화하지 않는 이상 이런 비판은 이어질 게 뻔하다”며 “그렇다고 삼성이 몸집을 줄이면 국민적인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한국에서 4, 5개 더 나오도록 경제계가 합심해야 한다는 ‘선도(先導) 경영론’도 나왔다.
한 계열사 CEO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나아가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려면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기업과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친기업적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4, 5개의 글로벌 기업이 더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안이라는 반박이 뒤따랐다.
한 CEO는 “1등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가 팽배한 상황에서 1등 기업이 뒤처진 기업들에 우리처럼 1등을 하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은 ‘겸손한 1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현재 삼성의 위상을 감안할 때 삼성 임직원들은 정말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처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사장단은 난상토론 끝에 국민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한 3가지 실천방안에 합의했다. △사회 공헌 활동을 더욱 늘리고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을 배려한다 △소수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듣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한다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등이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이에 앞서 “삼성은 이제 ‘좋은 기업’을 넘어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한 단계 뜀박질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삼성의 고위 임원이 전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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