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직원 압박용 금연 프로그램 운영 확산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37분


LG전자 창원공장엔 ‘금연 경찰’이 돌아다닌다.

창원공장 2층 건강관리센터에 근무하는 가정의학 여의사 이현진(李賢珍) 씨와 총무팀 산하 환경안전 담당 직원 15명이다.

이들은 수시로 공장을 돌며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직원들 입에 갖다 댄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불합격. 세 번 이상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삼진아웃’으로 금연 펀드 가입에서 강제로 탈퇴시킨다.

이는 LG전자 창원공장이 올해 도입한 ‘금연 펀드’를 정착시키기 위한 아이디어. 직원은 20만 원을 내고 이 펀드에 가입해 1년간 금연에 성공하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20만 원을 더해 총 40만 원을 받는다. 실패하면 직원이 낸 20만 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직원 4800여 명 가운데 흡연자는 약 1800여 명. 2월 시작할 땐 금연 펀드 가입자가 900여 명이었으나 5월 말 현재 13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삼진아웃’된 직원은 10여 명뿐이다.

최근 각 기업에선 이처럼 직원들의 담배 끊기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직원이 10만 원, 회사가 10만 원을 내 1년 뒤에 금연에 성공하면 20만 원을 주는 금연 펀드를 운영 중이며 금연침 시술 보조금(1인당 5만 원)도 준다.

포스코도 ‘직원 건강이 회사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금연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상급자가 담배 피우는 직원을 따로 관리하는 ‘금연책임관리제’와 작업장에 출입할 때 담배와 라이터 휴대 금지, 금연학교 운영, 금연침 무료 시술 등 ‘금연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흡연율은 금연 운동을 시작한 1998년 각각 58.7%와 45%에서 올 4월 12.2%와 19.6%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박성용(朴晟容) 명예회장의 지시로 1986년부터 전사(全社)적인 금연 캠페인을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연 운동의 대표적인 기업. 1991년 그룹 내 전 사업장 완전 금연 실시, 1994년 세계 최초로 6시간 이상 거리의 전 노선에 걸쳐 기내 금연 실시 등 담배연기 추방운동을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담배 피우면 ‘팔불출’이란 소리를 듣는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은 사내(社內) 게시판에 별도로 금연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금연 서약서와 성공 수기가 게재돼 서로 담배 끊기를 격려한다.

반면 ‘창작의 고통’이 심한 광고회사들은 비교적 흡연에 관대한 편이고 ‘골초’들도 많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6층부터 9층까지 사무실 옆 야외 베란다 쪽에 흡연실이 따로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금연 캠페인’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오늘도 담배를 입에 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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